임채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 김경한 법무부 장관에게 사표를 제출했으나 김 장관이 25일 이를 반려했다고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이 밝혔다. 이날 조 대변인은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하고 인간적인 고뇌 때문에 23일 출근 즉시 사표를 제출했다”며 “그러나 김 장관이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오늘(25일) 오후 사표를 되돌려 보내왔다”고 말했다.
임 총장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도중에 노 전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서거하자 사표 제출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검 간부들은 임 총장의 사퇴가 이번 수사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해 사표 제출을 만류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도 25일 임 총장의 거취와 관련해 “정당한 법 절차의 진행이라면 여론에 밀려 비난하거나 책임을 묻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본격 수사를 앞둔 3월 초 한 지인에게 “검사의 길과 인간의 길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자신을 임명한 노 전 대통령을 수사하는 게 못내 부담스러웠던 듯하다. 임 총장은 노무현 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임명됐다. 결국 그는 ‘검사의 길’을 택했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졌다.
김 장관이 25일 오후 사표를 반려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임 총장의 사퇴가 시기 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금 물러나면 검찰 조직이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해 사퇴 시점을 미뤘을 뿐이라는 것이다. 검찰 내에선 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장례식이 끝나고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매듭지은 뒤 사퇴 시점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