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진영읍 동산마을 출신의 지관 구영옥(78) 옹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의 부탁을 받고 26일 오전 5시 반경부터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와 1시간 가량 권양숙 여사 등 유족들을 만나 묏자리를 정했다.
구 옹은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국민들이 쉽게 참배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국민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편안하게 안장될 수 있는 자리를 봐줬다"며 "유족들은 노 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방문객들이 봉하마을을 찾아 사저와 생가, 묘 등을 보며 차도 한 잔 마실 수 있도록 이 장소로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면에서 바라볼 때) 사저 왼쪽에 위치한 이 자리에서 보이는 앞산은 미인의 눈썹 모양을 하고 있으며 국모를 볼 수 있는 자리"라며 "이 자리는 목금화토수의 오행 중 순한 수(水)에 해당하며 이 지역에서 흔한 자리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선영은 일자문성(一字文星)에 해당하는 것으로 양쪽에 산이 있고 가운데가 평탄해 '후손들 가운데 임금이나 왕후장상, 세상을 밝히는 인물이 나온다'는 의미가 있었다. 구 옹은 "노 전 대통령의 선영 자리를 봐준 고 김채수 지관이 스승이었기 때문에 노건평 씨가 제자인 나를 찾아 4번이나 부탁한 끝에 3년 전 무렵 묏자리를 봐줬다"며 "노 전 대통령은 현재 사저 인근으로, 노건평 씨는 선영 인근을 묏자리로 정했다"고 밝혔다.
구 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권 여사의 건강이 좋지 않아 방문을 미뤄오다가 권 여사가 어느 정도 기력을 되찾자 이날 사저를 찾았다. 구 옹은 "권 여사가 수척한 모습으로 지팡이를 짚고 가족들이 양측에서 부축한 상태에서 직접 사저에서 10여 미터 떨어진 묏자리를 살펴봤다"며 "대통령께서 생전에 농담처럼 '내가 죽으면 아버지 옆이 아닌 사저 옆에 묻어달라'고 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당초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등진 부엉이바위 아래 밭을 묏자리로 쓰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유족들이 잠시만 쳐다보더라도 마음이 아플 것"이라며 "(사저 옆은) 묘역을 옆에서 쳐다볼 수 있으니까 영부인에게도 마음의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은 화장한 뒤에 봉하마을로 내려오면 절에 봉헌한 뒤 사저 옆에 안장될 것"이라며 "주변 조경은 권 여사가 조경 전문가에게 맡기겠다는 뜻을 밝혀 차후에 완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작은 비석 세워달라'고 한 비석은 장의위원회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