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제2의 EU 만들자”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작년 12월 ‘아세안 헌장’ 발표
정치-경제 분야 협력 모색

우리나라의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다녀왔다는 아세안은 우리와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그동안 이웃으로 대접받지 못하던 곳이다. 그만큼 아세안 10개국이 내부적으로 다양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생소할 정도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지리, 역사, 문화적으로는 동질성을 보이지만 나라별로 다양성을 뿜어내며 현재는 유럽연합(EU)의 모습을 목표로 새로운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27일 “아세안은 지난해 12월 발표된 아세안 헌장에 따라 EU처럼 지역공동체로 거듭나겠다는 목표 아래 정치 경제 분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태국을 제외하곤 서구 열강에 의해 식민 지배를 경험했다는 역사적 측면의 동질성이 있다. 미얀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는 영국 식민지였고,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필리핀은 스페인에 이어 미국의 지배를 받았고,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

그러나 한꺼풀 뒤집어보면 아세안은 경제적, 종교적인 면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국토 면적이 190만 km²로 한반도의 9배에 달하는 인도네시아는 가장 작은 싱가포르(704km²)의 2700배에 이를 정도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3000만 명으로 세계 4위이다. 그런가 하면 전체 인구가 40만 명에 불과한 브루나이도 아세안의 당당한 일원이다.

대통령 중심제를 표방하는 나라(인도네시아, 필리핀)도 있고 내각 책임제를 채택한 나라도 있다. 미얀마처럼 군사정부가 이끌거나 브루나이처럼 전제군주제를 유지하는 나라도 있다. 정치체제로 보면 마치 현대와 고대 사회가 공존하는 듯하다.

아세안은 세계 3대 종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가 공존하는 종교의 백화점이기도 하다. 국력도 천차만별이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5206달러인 싱가포르와 216달러인 미얀마가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다. 이처럼 같으면서도 다른, 또 다르면서도 같은 아세안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 바로 아세안의 잠재력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