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하자니… 유지하자니…‘진퇴양난 개성’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28일 02시 59분



北 잇단 위협속 주재원들 ‘인질’될 수도
정부 “최소인원만 남겨라” 입주사에 요청

북한이 27일 전시(戰時)와 맞먹는 실제적인 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고 나서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만약 개성공단 주재 인력을 철수할 경우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자니 이들이 북한의 인질이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북한은 3월에 이미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 리졸브’를 문제 삼아 개성공단으로의 통행을 전면 차단하고 개성공단 주재원을 사실상 인질로 삼았다. 현 시점에서 개성공단을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주재원들의 안전문제를 먼저 고려할 것이냐가 고민인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서해에서 교전이 발생하는 등 무력충돌이 벌어지면 심각하게 철수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부는 최근 각 입주 기업들에 개성 현지에는 공장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재 인원만 남겨둘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는 북한이 당장 남측을 겨냥한 도발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은 상황이어서 앞서 인력을 전부 철수시키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날 오전만 해도 남북 간 육로 통행과 선박 운항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오전 7시 50분 경의선 육로 통행에 대한 출입동의서를 정상적으로 보내왔다”며 “우리 국민의 방북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전후로 각종 매체를 통해 개성공단 위기가 남측 책임이라는 주장을 집중 내세우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북한의 온라인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7일 “(남측이) 개성공단에 억류된 A 씨 문제를 미끼로 개성공단지구 사업을 완전히 폐쇄하며 나아가 그 책임을 우리(북)에게 넘겨씌우려는 비열한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개성공단 폐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사전에 명백히 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강수가 잇따르면서 일부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주재원 철수 준비에 들어가는 등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한 입주 기업 대표는 “계속된 영업적자로 힘겨워하는 일부 후발업체가 대체 용지 물색과 주재원 철수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입주 기업 관계자도 “북한이 추가로 개성공단 통행 차단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경쟁력이 없는 영세업체들은 어쩔 수없이 공단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이임동 국장은 “북측은 개성공단을 유지하겠다는 기본 방침을 계속 갖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날 개성공단에는 407명이 방북하고 440명이 귀환했다. 이날 오후 현재 북한에 체류하고 있는 남측 인력은 1096명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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