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전대통령 검찰조사후 연구모임 인터넷카페에 글 올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자신의 참모 및 학자들과 함께 진보주의와 관련한 주제를 연구해 왔으며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고 나서는 “이젠 한계에 온 것 같다”는 글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족 측은 27일 고인의 홈페이지였던 ‘사람 사는 세상, 봉하마을’에 그가 생전에 쓴 비공개 글 2편과 메모 일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고 자신의 신병처리를 기다리던 6일 ‘이제 제가 더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 같지요?’라는 글을 진보주의 관련 공동연구진이 운영하는 비공개 인터넷카페에 올렸다. 노 전 대통령은 “자책골을 넣은 선수는 쉬는 것이 도리일 것이고, 또 열심히 뛴다고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이젠 제가 이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끌고 갈 수는 없을 것이고요”라고 썼다. 그러면서도 그는 “글이나 자료를 보다 생각나는 대로 자료를 올려보겠습니다. 이 연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무언가 하지 않고는 버티기가 어려워서 하는 일로 생각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올해 초 쓴 글에서 “세상을 바꾸자면 국민의 생각을 바꾸어야 하고 그러려면 미디어가 중요한데, 돈이 없는 쪽은 돈이 들지 않거나 적게 드는 매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협업으로 역량을 확대하고, 토론과 검증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보자는 것”이라고 공동연구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 기대를 걸지만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정보는 넘쳐나지만, 내용이 부실하다. 분노와 증오는 넘쳐나지만 사실과 논리는 부족하고 깊이도 모자란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그는 서거 8일 전인 15일자 메모에는 “수소경제 시스템에 일자리가 있다는 글-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이라고 적어 이를 탐구 과제로 삼을 것을 제안했다. 스스로 버텨보려는 그의 마지막 시도였다. 김해=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