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은 어제 사건 당시 현장에 경호관이 없었으며, 투신시간도 23일 오전 6시14분에서 17분 사이 라고 밝혔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이병춘 경호관과 함께 오전 6시20분쯤 봉화산 부엉이바위에 도착해 20여 분 간 대화를 나누며 휴식하다 6시45분경 투신했다는 1차 수사결과와 크게 다른 것입니다.
이 경호관이 요인을 충분히 지키지 못한 충격과 자책감, 불안 때문에 당초 허위진술을 하는 바람에 혼선이 빚어졌다는 얘깁니다. 전직 국가원수의 서거 경위에 대해 담당경호관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것도 문제지만, 우왕좌왕한 경찰수사도 문제입니다.
오전 5시45분쯤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산책을 가겠다는 인터폰을 받고 이 경호관 혼자 따라나선 것부터가 적절한 것이었는지 의문입니다. 이 경호관이 부엉이바위에서 "정토원에 선진규 원장이 계시는지 보고 오라"는 지시를 받고 뛰어갔다가 돌아옴으로써 투신을 막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전직 대통령의 지시를 거부하긴 어려웠겠지만, 경호원은 항상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촉수거리의 원칙'을 지키지 못한 셈이죠.
이 경호관이 6시17분 경 "대통령이 보이지 않는다"며 사저의 동료경호관과 통화한 내용을 경찰이 충분히 조사했더라면 '경호관과 대화를 나누다 6시45분경 투신했다'는 진술의 허점은 금새 드러났을 것입니다. 경찰은 사건발표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정토원 방문 사실을 부인했다가 방문의혹이 보도된 뒤에야 "정토원까지 갔다가 되돌아 내려왔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 같아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해 의혹을 키웠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서거를 놓고 근거 없는 타살론,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의 시도가 없지 않은 때입니다. 역사적 사건의 사실관계를 소홀히 다룸으로써 자칫 엄청난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수도 있었던 경호팀과 경찰의 안이한 자세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당국은 한 점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해 결과를 낱낱이 공개해야 할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