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일 제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부아손 부파반 라오스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등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 대통령이 ‘제주관광 세일즈’
이 대통령은 이날 3개국 정상과의 양자회담에서 제주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친분이 있는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는 제주도를 세계적 관광지인 발리와 함께 홍보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유도요노 대통령 내외와 당초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함께했다.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곳에 와보니 발리와 너무 비슷하다. 제주도는 한국의 발리다”라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발리와 제주를 전 세계에 함께 홍보하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유도요노 대통령은 다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제주도는 한국의 템브롱”이라며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 중 하나가 제주도이고 한국 사람의 절반 이상이 신혼여행을 온다”고 말했다. 템브롱은 삼림이 아름답게 우거진 브루나이의 국립공원으로 ‘아시아의 허파’로 불리기도 한다.
○ 친화력 발휘한 이 대통령
이 대통령은 이날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남다른 친분을 드러냈다. 예정에 없던 오찬을 함께했고 숙소인 하얏트호텔 뒤쪽 해변을 함께 산책하며 환담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1월 브라질을 우연히 함께 방문했을 때도 이 대통령 내외가 유도요노 대통령의 숙소를 예정에 없이 방문해 얘기를 나눈 바 있다. 이 대통령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정상 가운데 유도요노 대통령 내외와 별도 오찬을 한 것은 다음 달 대통령 선거를 앞둔 유도요노 대통령이 2일 오전 출국하게 돼 공식 오찬에 참석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두 사람은 정상회담에서 우의를 다졌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매우 바쁘지만 아세안과 한국의 우호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책임감 때문에 방한했다”면서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의 선구자”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7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제주도에서 재충전하고 가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여기에서 기를 받아 가서 대선에서 대승하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 대통령은 유도요노 대통령이 “근로자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배려해줘 거듭 감사드린다”고 하자 “약속을 지키는 것이 친구의 도리”라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방한한 유도요노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유도요노 대통령이 작곡한 노래를 지난달 31일 한-아세안 전통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게 한데 이어 1일 정상 만찬에서는 인도네시아 가수를 초청해 노래를 부르도록 배려했다.
이 대통령은 부아손 라오스 총리가 2일 서울을 방문해 한양대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고 3일에는 생일을 맞는다고 소개하면서 “축하한다. 한양대는 매우 크고 좋은 대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내조외교 나선 김윤옥 여사
김윤옥 여사는 1일 국내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세안 10개국 유학생 및 한국 학생들과 함께 제주 올레를 걸으며 환담했다. 올레는 마을길에서 집 마당에 이르는 골목길을 가리키는 제주 방언으로 2007년 9월 제1코스를 개장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 13개 코스가 마련돼 있다. 김 여사와 학생들은 오전 제주 올레 코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알려진 제7코스 중 외돌괴에서 돔베낭길로 이어지는 구간을 걸었다. 빨간색 트레이닝 바지에 잠바 차림의 김 여사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학생들에게 “한국에 살아도 제주도 오기 어려운데….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왔었는데 여기는 처음”이라며 “우리 한국을 잘 알려 달라. 제주도가 하와이보다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날 이 대통령과 한-아세안 합동 오케스트라 공연을 관람한 김 여사는 이번 특별정상회의 기간에 아세안 일부 정상 부인들과 제주 관광지를 둘러보고 오찬을 함께했다.
서귀포=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