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3대 세습 주인공으로 떠오른 김정운은 그동안 외부에 노출되지 않아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다.
정운은 1983년 1월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세 번째 부인이자 무용수 출신인 고영희(2004년 사망)에게서 태어났다. 그는 1990년대에 친형인 정철(28)과 함께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국제학교를 다녔고, 2002년부터 2007년까지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종합대 특설반에서 ‘주체의 영군술(領軍術)’을 비롯한 군사학을 극비리에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조직지도부에서 일했다는 정철과는 달리 정운의 공직활동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없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로 10년간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가명) 씨는 자서전 ‘김정일의 요리사’에서 “정운이 아버지 얼굴을 쏙 빼닮았고 체형까지도 흡사하다”고 밝혔다. 후지모토 씨는 특히 김 위원장의 세 아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리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리더십과 권력욕이 있는 정운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정철은 여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인 반면 정운은 남성적이고 리더십이 강하다는 것이 근거다.
후지모토 씨는 정철 팀과 정운 팀이 농구 경기를 한 뒤의 일화를 소개하며 두 사람의 성격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정철은 팀원들에게 단지 “수고했다”고 말하지만, 정운은 오랜 시간 이른바 ‘반성회’를 가졌다고 한다. 정운은 팀원들에게 “네가 왜 그쪽으로 패스했느냐? 더 연습하라”고 지시하는 등 지도력과 승부욕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세 아들 정남(38) 정철 정운은 모두 각기 다양한 근거로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로 거론돼 왔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정남은 그동안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지만 줄곧 외국을 떠돌아 후계구도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남은 올해 초 중국에서 일본 언론과 만나 “후계구도 문제는 아버지만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최근 ‘김정일의 3남 김정운은 누구인가’라는 글에서 “김정일로서는 김일성에게 인정받지 못한 자신과 성혜림 간의 동거를 통해 태어난 김정남을 후계자로 내세우면 자신의 권위에 큰 손상을 입을 것”이라며 정남의 후계 가능성을 낮게 봤다.
정철도 후계자로 거론되기는 했지만 김 위원장으로부터 ‘여자아이 같다’는 평가를 받는 등 소심한 성격 탓에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1997년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귀순한 김덕홍 씨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정철이 당 조직지도부의 종합 담당 제1부부장 자격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정운과 후계자 경쟁에서 탈락한 정철 사이에 권력투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사망한다면 정남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과 추종세력이 권력 찬탈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