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동창리 발사대 한 개뿐… 시설 완공 안돼”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ICBM 발사용 아닌 준공식용 ‘껍데기’ 추정도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건설 중인 미사일 발사기지로 옮긴 사실이 확인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대한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다.

이는 동맹국인 미국에 실질적인 군사적 위협이자 한국에는 한반도 유사시 우방국들의 지원을 제약하는 외교적 손실도 가져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우려했다. 그러나 북한이 동창리로 운반한 ICBM의 정확한 정체와 발사 시기 등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 유사시 군사지원 머뭇거리게 할수도

북한이 사거리 5000km를 넘는 ICBM 제조 및 발사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 두 차례의 핵실험까지 마친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한 미사일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알래스카 하와이 등을 공격할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은 특정분야만 두드러지게 앞서가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있게 발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면에서 북한의 ICBM 능력 보유는 핵능력 등 전반적인 WMD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위협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일본은 예측이 어려운 북한의 김정일 체제가 ICBM 능력을 가지면 안보 환경의 불투명성이 더욱 커진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ICBM 공격 위협을 느끼면 유사시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원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차두현 북한군사연구실장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북한의 직접적인 위협을 의식한 미 의회와 국내 여론이 결정적인 순간 신속한 군사적 지원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언제 어디서 발사할까

현재로서는 북한이 2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미사일을 조립한 뒤 6월 중에 발사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정보당국 핵심 관계자는 1일 “동창리 기지에는 아직 발사시설이 완성되지 않고 발사대만 하나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 기지의 완공에 맞춰 ICBM을 발사하려 한다면 발사시설 완공과 ICBM 조립 등에 드는 시간을 감안해 적어도 2주 안팎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사일의 발사 방향에 대해서 다양한 추정을 내놓고 있다. 4월 5일 장거리 로켓처럼 동쪽으로 발사할 경우 북한 영토와 동해,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 상공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시베리아가 있는 북쪽으로 발사하거나 아니면 한반도 남쪽으로 발사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그러나 4월 5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통해 ICBM 제조 및 발사 능력을 과시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새 ICBM을 쏘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또 정보당국 내에서는 기지가 완공돼 발사하려면 일러야 올해 말이나 가능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경우 북한이 동창리 기지 준공식 등을 통해 장거리미사일 발사기지를 추가로 확보했다는 점을 세계에 알리고 실제 발사는 뒤로 미룰 수 있다. 그래서 현재 옮겨진 미사일은 실제 발사용이 아니라 준공식 등에 필요한 ‘껍데기’일 뿐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한편으론 북한이 이번에도 동창리가 아닌 무수단리에서 ICBM을 발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설이 더 현대화된 동창리에서 조립을 마친 뒤 무수단리로 옮겨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대적인 선전거리인 ICBM 발사를 아직 완공도 안 된 데다 시험발사를 한 적도 없는 동창리 기지에서 무리하게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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