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교역량 902억 달러…‘FTA 동반자’ 시대로
방문객 5년간 두배 이상 증가
안보-문화 등 포괄적 협력 확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우리나라와 아세안 10개국이 대화 관계(Dialogue Relationship)를 튼 지 20주년을 맞아 열린 행사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다자(多者)회의라는 의미도 있다.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은 최근 몇 년 동안 경제 문화적 교류를 급속히 확대해 왔다. 그 역사는 양측이 통상 투자 관광 등 3개 분야에서의 대화 관계를 수립한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양측 관계는 1991년 기술 이전, 개발 협력, 인적자원 개발 등으로 확대됐고 2004년 11월 ‘포괄적 협력 동반자’로 격상되기에 이르렀다.
이런 대화 관계 ‘형식’의 격상에 걸맞게 내용적으로도 양측의 관계는 심화돼 왔다. 이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3년만 보더라도 수출과 수입을 합친 총교역량은 2006년 618억1000만 달러에서 2007년 718억6000만 달러, 지난해에는 902억 달러(수출 493억 달러, 수입 409억 달러)로 매년 20%가량 늘고 있다. 아세안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1980년대 후반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 시작된 투자는 금융, 부동산 등 서비스 부문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2008년 말 잔액 기준으로 157억 달러가 투자돼 우리나라 해외 투자의 13.5%를 차지한다. 한-아세안 상호 방문객 수는 최근 5년간 두 배 이상 증가해 연 400만 명에 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양측은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는 ‘FTA 동반자’를 지향하고 있다. 2005년 2월 FTA 협상을 시작해 2007년 6월 상품 협정, 이달 초 서비스 협정을 각각 발효했고 최근엔 투자 협정까지 타결했다. 양측은 점차 경제적 측면에서 사실상 ‘통합’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양측의 관계는 비단 경제 분야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안보적 측면에서도 아세안 10개국은 중요하다. 이들 국가 모두 남북한과 동시에 수교를 맺고 있고 아세안이 주축이 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은 북한이 참여하는 역내 유일의 안보 협의 메커니즘이다. 국제사회에서 한반도 안정과 평화 정착 지원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문화적으로는 한류로 지칭되는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는 동북아에 치중돼 왔고 동남아 지역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시아 외교의 지평을 아세안을 포함한 전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며 ‘신(新) 아시아 외교 구상’을 밝힌 것도 그런 반성을 기초로 한다. 이미 거대한 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시작했고 국제사회에서도 단합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아세안 지역을 영원한 이웃으로 삼아 보자는 원대한 꿈이다. 특히 대국주의를 지향하는 중국 일본에 대한 아세안 국가들의 묘한 심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진솔하고 겸손하게 접근하면 아세안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속뜻이라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한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신 아시아 외교 구상을 이전 정권이 추진하려다 실패했던 ‘동북아균형자론’과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