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盧, 돈 사용처 알고 충격…탈진해 말도 못할 정도”

  • 입력 2009년 6월 2일 10시 54분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동아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도덕적 책임을 통절히 느끼면서 검찰하고 법적 책임을 놓고 다퉈야 하는 상황을 참으로 구차하게 여겼다"며 "차라리 '내가 다 받았다고 인정해 버리는 게 낫지 않나'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1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문 전 실장은 "법적인 책임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나 우리는 자신했다"면서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회장에게서 받은) 돈이 그냥 빚 갚는 데 쓰인 게 아니고 아이들을 위해 미국에 집 사는 데 쓰인 것을 알고 충격이 굉장히 컸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심경 때문에 권양숙 여사는 노 전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하지 않으려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들어오면 다른 자리로 가곤 했다"면서 "참여정부의 도덕성이 무너지면서 개인적인 것에 그치지 않고 참여정부가 지향했던 가치까지 깡그리 부정당하는 상황이 되니, 절망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노 전 대통령이 '박연차 회장의 돈'을 처음 안 시점에 대해 "올해 2~3월경"이라며 "정상문 전 비서관이 박 회장 구속 뒤 봉하마을에 여러 차례 내려와 말씀을 드리려다 차마 말 못하고 되돌아가길 반복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 전 비서관이 봉하에 내려오면 늘 대통령을 먼저 뵈었는데, 그날은 여사님을 먼저 만났다고 한다. 대통령이 의아하게 생각해 뭘 하는지 두 분이 있는 방에 들어가 보니, 권 여사가 넋이 나가 울고 있고 정 전 비서관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면서 "그제야 정 비서관이 돈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 정 비서관 표현에 의하면 '탈진 상태에서 거의 말씀도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첫 사과 글을 올릴 때는 노 전 대통령은 정 비서관이 받았다는 3억원과 100만달러의 성격을 제대로 몰랐다. 하지만 이후에 돈의 성격이라든지 점점 사실관계를 알게 되었다"며 "그런데도 홈페이지에는 수사를 정치적 음모로 보고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호하는 글들이 올라오니까 '그건 아니다, 책임져야 할 일이다'라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전했다.

문 전 실장은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을 놓고 검찰을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싶진 않다"면서 "하지만 피의사실 공표나 수사 내용의 생중계가 얼마나 힘들게 하는 것인지 드러났으니 검찰도 이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검찰의 수사는 유죄라는 결론을 처음부터 내려놓고 모든 조사를 거기에 맞춰서 해나갔다. 나중에 노 전 대통령이 '지금 수사팀에서는 다른 결론을 내리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시더라"며 "이번 사건 평가를 떠나 검찰 스스로도 되돌아볼 문제이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기준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전 실장은 소환 조사 전후 노 전 대통령의 심리 상태에 관련해 "노 전 대통령 자신은 소환조사를 받는 사실 자체에는 담담했다. 대통령을 지낸 분에게 소환조사는 안 된다거나 하는 특권 의식은 전혀 없는 분"이라며 "조사 과정에서는 대통령이 성의 있게 임하셨고, 검사들도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충분히 했다. 검찰이 결론을 내놓고 있었던 것이 문제이지, 형식은 무리한 게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 밖의 조문과 추모 열기와 관련해 "얼마 전까지 비난 일색이었던 싸늘했던 민심을 생각하면 전부 노 대통령에 대한 애정이나 지지 표현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서도 "이분이 목숨을 버린 다음에야 그의 진정성을 국민들이 알게 되면서 공감과 안타까움과 자책이 있었던 것 같고, 즉 참여정부의 가치들이 깡그리 부정되면서 민주주의나 인권, 복지 등 모든 면에서 후퇴하는 정치 현실에 대한 분노가 복합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로 보는 시각에 대해 "꼭 정치보복에 의한 타살로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수사와 관련된 여러 상황들이 그분을 스스로 목숨을 버리도록 몰아간 측면은 분명히 있으니 타살적 요소는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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