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한반도 긴장 높이는 3대 권력세습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최근 셋째 아들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정해 3대 권력세습을 꾀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 당국은 지난달 28일 해외 공관장들에게 '김정운 후계자 내정' 사실을 알리고 주민들에겐 김정운을 칭송하는 노래를 보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정보당국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8월 건강 이상을 일으킨 김 위원장이 권력승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셋째 아들 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왕조시대도 아닌 마당에 3대에 걸친 권력세습이라니 북한 주민에게도, 우리에게도 통탄할 일입니다.
김정운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김정일 일가에서 일했던 일본인 요리사의 증언을 통해 그가 아버지처럼 고집이 세고 승부욕이 강하다는 사실만 전해 듣고 있습니다. 겨우 20대 중반인 그가 어떤 권력기반과 업적을 통해 후계자가 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김정일이 무리한 권력승계를 정당화하고 북한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 남한과 세계를 상대로 위험한 핵미사일 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치된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거리 로켓발사와 핵실험을 하고 곧이어 중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긴장을 높이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무력시위를 김정운의 업적으로 포장하려는 저열한 술수입니다.
이는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똑같은 행태가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1974년 김정일이 후계자로 지명됐을 때 북은 1969년 미국 푸에블로호 나포와 미 정찰기 격추가 김정일의 작품이라고 선전하며 권력기반을 다졌습니다.
아무리 북한이 특수한 체제라지만 3대 권력세습이 무난하게 이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내부에서 격렬한 권력투쟁이 벌어질 경우 체제붕괴나 주의를 돌리기 위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이 대목에서 우리가 신경써야할 것은 이러한 긴급사태나 도발에 대한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는 일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