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용 연료가 저장된 정확한 위치가 표시된 지도 등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된 이 보고서는 1일 한 안보전문가가 운영하는 전자회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뒤 고스란히 인터넷상에 공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다. 미 정부는 2일 밤 기밀 내용을 자체 사이트에서 삭제했지만 블로그 등을 통해 이미 공중에 전파된 상태다. 미국 정부는 이에 따라 보고서가 공개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267쪽 분량의 보고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규정에 따라 미국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정식 보고할 예정이었다. 보고서는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각 페이지 윗부분마다 '매우 민감한 내용'이라는 문구를 대문자로 표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달 5일 의회 검토를 위해 하원 외교위원회에 이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농축우라늄과 기타 재료가 보관된 위치가 표시돼 있는 등 민감한 내용이 많다. 그러나 정식 기밀 보고서로 분류되지 않아 일부 핵 전문가는 보고서 노출에 따른 위험이 적을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핵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외부로 공개됨으로써 농축우라늄 등 핵 물질을 강탈할 기회를 노리는 테러리스트들을 이롭게 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핵 사찰관을 지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씨는 "당신 집안에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를 도둑이 알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이런 종류의 정보들이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보고서를 첫 보도한 안보전문가인 스티븐 애프터굿 씨도 "미국 핵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원스톱 쇼핑'할 수 있는 보고서"라며 공개가 부적절했음을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비록 이 보고서가 정식 기밀은 아니지만 민감하다고 판단하고 의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 정보는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비공개를 특별 주문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