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의원 측근들은 박희태 대표를 포함한 지도부의 사퇴로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그가 당권에 도전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측근들 중에선 '당의 실세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서 위기에 빠진 당을 수습하고 책임을 함께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기전대 찬성론자'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3일 "새 지도부를 구성할 경우 실세들이 정치적 책임을 걸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며 "당 구도가 지금처럼 허약한 상황에서 대리인들만 나선다면 반목과 갈등의 골만 깊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차명진 김용태 권택기 의원 등이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도부 사퇴를 요구한 것을 놓고도 "이 전 의원과 사전 교감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돈다. 그러나 이 중 한 의원은 "이 의원과의 교감은 전혀 없었고 그의 당권 도전도 당 쇄신과는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다"면서 "당의 중심축이면서도 책임에서는 자유로운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으로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은평을에서 10월에 재선거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고,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출마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다는 점이 고려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친이계 당직자는 "이 전 의원이 꼭 재선거를 통해 정계로 복귀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의원직을 갖지 않은 원외 대표가 되더라도 박희태 대표와는 위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당권 도전설'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이 전 의원은 최근의 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고 '당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조기전대와 결부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전 의원은 당분간 당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강의에만 전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주변에서는 이 전 의원이 '조기전대가 열리더라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