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정신 계승하자”
이날 워크숍은 죽은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있는 민주당 의원들을 지휘하는 셈이었다. 의원들은 연달아 한때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던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때늦은 ‘노(盧)비어천가’를 내놨다.
이강래 원내대표는 “노 전 대통령은 시대정신의 표상이었는데 살아생전 참된 모습을 깨닫지 못했던 것 같다”고 자성했다. 김영진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좋지 않은 면만 보고 규탄했던 것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6월 국회는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등 모든 면에서 ‘노무현스러운 국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률 의원은 “세조가 단종을 영월로 유배 보낸 뒤 정치보복 차원에서 죽음으로 내몰았던 역사적 비극이 이 시대에 또 일어났다”고 했고, 강창일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조광조처럼 개혁을 시도하다 좌절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전원 흰 셔츠에 검은 양복 등 ‘상복’ 차림이었다. 워크숍 시작에 앞서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에서 발간한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이란 책이 배포됐다. 워크숍도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5분 분량의 영상 시청으로 시작됐다.
○ “6월 국회 안 해도 된다”
민주당은 6월 국회에서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검찰 수사업무에 대한 감사원 직무감찰 법안 등 검찰 혁신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여권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민주당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며 대여 강경투쟁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줄을 이었다.
강기정 의원은 “여권이 민주당 요구에 답변도 하지 않는데 아무런 일이 없다는 듯 국회에 들어간다면 절대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 대통령이 국정 일선에서 물러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덕망 있는 인물을 총리로 모시게 해 책임총리제로 국정을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살아있을 때 계승하지…”
그러나 일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업혀가는 형국이 되면 안 된다”며 쓴소리를 했다. 김성순 의원은 10일 서울광장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자는 장외투쟁 제안에 대해 “서울광장에서 최고위원회를 열면 웃음거리만 된다. 꿈에도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노무현 정신’ 계승론에 대해서도 “공은 공이고, 과는 과다. 왜 모든 것을 계승한다고 하나. 그러면 진작부터 계승하지 왜 지금 하느냐”고 비판했다.
김동철 의원은 “여기 참석한 분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했고, ‘열린우리당 더는 못하겠다’고 탈당도 했다. 말로만 과거를 사과하고 반성하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믿어주겠느냐.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상 최고위원도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라 전직 대통령의 비극 덕에 지지율이 오른 것이어서 이번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