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258명중 23명 세습 시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6월 6일 02시 56분



엘리트층 지지받은 9명만 성공
통일硏 ‘권력승계’ 보고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3남 김정운(26)을 후계자로 지명해 ‘3대 세습’을 공식화했다. 독재자들은 왜 세습의 유혹을 받는 것일까. 또 세습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박형중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센터 실장은 5일 연구원 홈페이지에 올린 ‘권력승계의 딜레마와 권력세습’이라는 보고서에서 “부자 세습은 안정적으로 권력을 승계하려는 독재자와 권력 이동 후에도 안정적으로 기득권을 보호받으려는 권력 엘리트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박 실장에 따르면 독재자는 필연적으로 권력승계의 딜레마를 느낀다. “독재자는 후계자를 지명하거나, 지명하지 않거나 모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독재자가 강력한 후계자를 키우면 그가 권력을 찬탈하거나 내부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렇다고 후계자를 뽑지 않거나 후계자에게 독자적 권력 기반을 구축해주지 않으면 권력자가 사망한 이후 무절제한 권력투쟁이 발생할 수 있다.” 세습은 이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더 나아가 권력 세습은 엘리트그룹에도 이익이 된다. 기존 엘리트그룹은 독재자와 맺었던 거래관계를 아들과도 지속할 수 있어 기득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엘리트 중 하나가 후계자로 선정되면 엘리트 사이의 권력 배분이 변하게 된다. 그러면 엘리트 사이에 권력투쟁이 발생해 어느 한 세력이 몰락하거나 체제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반면에 세습은 엘리트의 지위와 특권의 변화 없이 권력 계승을 가능하게 해준다.”
그는 미국의 정치학자 제이슨 브라운리 씨가 1945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이상 집권한 258개 독재정권을 분석해서 2007년 발표한 논문을 인용해 “전체 258명의 독재자 중 23명이 권력 세습을 시도해 오직 9명만이 성공했는데, 이는 모두 엘리트의 지지를 받은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권력 세습에 성공한 사례는 대만의 장제스(蔣介石·1949∼1975)-장징궈(蔣經國·1975∼1988), 북한의 김일성(1948∼1994)-김정일(1994∼현재), 싱가포르의 리콴유(李光耀·1956∼2004)-리셴룽(李顯龍·2004∼현재) 부자의 경우였다. 이 밖에 1956년 니카라과, 1961년 도미니카공화국, 1971년 아이티, 2000년 시리아, 2003년 아제르바이잔, 2005년 토고의 사례가 있다.
그러나 박 실장은 “북한이 또다시 권력 세습에 성공한다고 해서 직면한 대외적 정책 난제들을 해결할 능력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권력 세습에 따른 대중의 저항이 북한의 정치 변동을 촉발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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