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에요.”(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네.”(김무성 의원)
5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 한나라당 친박(친박근혜)계 복당(復黨) 인사들이 주축이 된 ‘여의포럼’ 창립 1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미 토론회장에 도착해 있던 김무성 의원에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두 사람은 짧은 인사를 주고받은 뒤 나란히 배치된 자리에 앉았다.
이날 두 사람 사이에는 시종 어색한 긴장감이 흘렀다. 행사 시작 전 박 전 대표는 김 의원에게 “많이 모였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김 의원은 “네” 하고 짧게만 답했다. 대화가 끊기자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은 각각 테이블에 놓인 토론회 자료집을 넘겨봤다. 박 전 대표가 다시 “행사는 누가 준비하신 거예요?”라고 묻자 두 사람 사이에 행사에 관한 몇 마디가 오갔다. 박 전 대표는 축사를 통해 “바쁜 중에도 한 달에 두 번씩 만나 토론하고 공부하는 여의포럼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든든했다”고 격려했다. 김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이를 지켜봤다. 축사를 마치자 박 전 대표는 김 의원과 주변 인사들에게 인사를 한 뒤 3시 20분경 자리를 떴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표에게 섭섭한 감정이 남아있는 듯했다. 그는 마무리 발언에서 “현재 정치가 안 풀리고 지도층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비민주적 리더십과 소통의 문제”라면서 “구성원 또한 비민주적 사고에 젖어 리더의 뜻이라면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집단 추종하기 때문에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 곪아터지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주로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를 겨냥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친박계의 소통구조를 비판한 것으로도 들릴 수 있는 말이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기자와 만나 “말 그대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날 만남은 정치권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친박계 의원들은 이날 행사가 두 사람의 관계 개선에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했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을 화해시키기 위해 물밑에서 힘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이 확산되는 것이 친박계 진로에도 바람직하지 않고 김 의원을 대신할 중량감 있는 인사가 친박계에 없기 때문이다. 행사를 지켜본 한 의원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원의 캐릭터가 워낙 달라 관계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면서 “서로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커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