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오바마 ‘풀코스’ 회담 갖기로

회담→오찬→기자회견
美측, 우리요구 적극 수용

16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특유의 실무회담 가운데 상대적으로 매우 많은 시간과 정성을 기울이는 만남이 될 예정이다. 한미 양국 정부 관계자들은 6일 “양국 정상은 회담→오찬→기자회견 등 ‘풀코스’ 만남을 갖기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밝혔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 형식과 관련해 백악관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되는 건 다 수용하겠다’며 한국 측이 희망하는 내용에 적극 호응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잇따른 도발, 안보동맹에서 글로벌 전략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전환기에 있는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백악관도 이번 회담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는 분위기라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오찬 없는 1시간가량의 회담’ 또는 ‘오찬 회담’ 가운데 택일하는 방식으로 정상외교를 해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캠프데이비드 별장이나 텍사스 크로퍼드 가족목장으로 초청해 골프카트를 타고 함께 다니며 1박 2일씩 ‘우정’을 쌓았던 것과 전혀 다른 형태의 정상외교다. 선물, 가족 간의 친교 등 이슈와 무관한 것에는 에너지를 쏟지 않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의전스타일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에선 푸대접 논란도 거세게 일었다. 올 2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가 방미했을 때 45분간의 만남이 전부였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방미는 빈약한 선물, 회견장의 국기 배치를 놓고 영국언론이 미영관계 위기론을 들먹일 정도였다.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의 짧은 만남에 이어 사실상 첫 본격 정상회담인 이번 한미 정상회담 역시 철저히 실무적으로 구성된다. 오찬에 양측 퍼스트레이디도 참석하지 않는다. 두 대통령과 참모들이 계속 일 얘기를 하는 자리가 이어지는 것. 한 관계자는 “두 대통령은 우연히 남은 임기가 거의 같다”며 “앞으로 3년 반 이상 동맹관계를 함께 이끌 두 지도자의 신뢰 구축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美 전문가 회담 제언▼

대북문제 MB생각 듣기 원해
▽스티븐 예이츠 미국외교정책협회 선임연구원(딕 체니 전 부통령의 외교안보정책 담당 보좌관 출신)=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방문자의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가 듣는 걸 강조하는 것은 자신이 먼저 내줄 어젠다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작을 원하며 협조와 협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지만 당신을 위해 뭐를 해줄지 구체적인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투자목적의 회담이지, 수확을 하는 회담은 아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의미있는 진전 등 구체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는 북한문제, 아프가니스탄전쟁에 대한 한국의 기여방안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을 듣기를 원할 것이다.

FTA 진전방안 찾는 계기로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동북아연구센터장=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 스타일은 진화할 것이다. 현재까지 나타난 모습은 폼을 재거나 거품이 많은 의전이나 형식보다는 실용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도 그 틀에서 이뤄질 것이며 몇 가지 분야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만남이 될 것이다. 첫째 북한문제와 관련해 장관이나 고위관료들의 논의를 토대로 정상 간의 합의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FTA의 진전방안을 찾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의 비전을 담는 것(vision statement)도 역시 중요한 과제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정치적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