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달리는 ‘不通정치’… 주요현안 해법 공감대 ‘제로’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한나라 안상수-민주 이강래 원내대표 관훈토론
盧서거 정치보복 불꽃 공방
미디어법-비정규직법 논란
대북정책 시각도 ‘먼 거리’
6월 임시국회 짙은 먹구름

9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나라당 안상수,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 초청 관훈토론회는 두 신임 원내대표 간의 먼 거리를 거듭 확인하는 자리였다.

주요 현안을 놓고 두 사람의 견해는 180도 달랐다. 해법 역시 절충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두 사람은 토론의 모두발언에서부터 불꽃 튀는 공방을 벌였다. ▽정치보복 공방=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안 원내대표는 “정치보복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반면 이 원내대표는 “짜맞추기 수사”라고 공격했다. 안 원내대표는 “박연차 사건은 노무현 정부 말기부터 첩보가 있어 내사하던 것을 이명박 정부 때 국세청이 고발했다”면서 “검찰이 수사하면서 노 전 대통령 비리 의혹이 터져 (수사)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지도부도 ‘성역 없이 수사하라’고 몇 번 말하지 않았느냐. 이를 ‘정치보복’이라고 하면 (서거를) 너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지난 해 7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한 데서 시작했다”며 “한 전 청장은 대통령에게 직보했고, 그 보고자료가 검찰에 넘어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을 종착역으로 설정해 놓고 중계방송 수사, 먼지털이 수사를 했다”면서 “정치보복이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6월 임시국회 개회=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회 등원을 촉구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등원의 전제조건을 달았다. 안 원내대표는 “국회로 돌아오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냐”며 “국정조사와 특검, 검찰개혁특위 등은 논의의 여지가 있다. 국회를 열고 토론을 통해 필요하면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국회에 들어오라는 말은 다수결로 하자는 말”이라며 “(노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책임 있는 답변이 나와야 산적한 민생 문제를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고 압박했다.

▽미디어관계법 처리 논란=안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처리와 관련한 합의 내용을 지키라고 촉구했지만 이 원내대표는 “미디어(관계)법을 안 하는 게 민심이다”고 맞받았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 요구에 따라 민심을 듣기 위해 자문기구를 만들어 토론했고 (활동)기간도 열흘을 연장해 민심을 충분히 수렴했다”면서 미디어법 처리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미디어법 등 ‘MB악법’은 잘못된 국정운영 기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론수렴) 단계가 충족되지 않았는데 표결처리하자는 것은 한나라당의 속마음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안 원내대표는 “여론조사에 따라 법을 만들면 국회가 무슨 소용이냐”고 반박했다.

▽비정규직법 문제=안 원내대표는 “회사가 살아야 비정규직도 일할 데가 있는 것 아니냐”면서 적용 시기 유예를 주장한 반면 이 원내대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해법”이라는 기존 견해를 고수했다. 안 원내대표는 “비정규직법을 그대로 놔두면 (비정규직을) 해고시킬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정부가 돈이 있어 다 지원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말했다. 적용시기를 유예해 해고 대란을 피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4대 강 사업에 무려 23조 원을 들인다는데 토목공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1조2000억 원이면 매년 20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맞섰다.

▽남북관계 해법=안 원내대표는 “(북으로 가는) 파이프라인이 끊기니 일시적으로 대북 통로가 없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남북관계가 정상화로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면서 “햇볕정책처럼 (뭔가를 계속)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핵을 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원내대표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은 ‘퍼주기’ 때문이 아니라 현 정부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초래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6·15선언과 10·4합의를 인정하고 대북정책 기조를 바꿔야 하며 비핵화와 북한체제 보장이라는 9·19공동성명의 트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헌 문제=개헌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배경과 시기에 대해서는 서로 생각이 달랐다. 안 원내대표는 “프랑스식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되 경제 위기가 극복되면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으나 이 원내대표는 “서거 정국에 대한 면피용으로 제기되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관훈클럽 총무인 이목희 서울신문 수석논설위원이 사회를 맡았으며 박성원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정성근 SBS 논설위원, 박창식 한겨레신문 선임기자, 류현성 연합뉴스 미디어과학부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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