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가족들 계속 불안하게 하는 것은 죄”

  • 입력 2009년 6월 10일 02시 51분


■ 개성공단 첫 철수업체 ‘스킨넷’ 김용구 사장

개성공단 입주업체 가운데 처음 철수를 결심한 스킨넷 김용구 사장(41)은 9일 통화에서 비교적 밝은 목소리로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 사장은 여러 바이어들에게서 “회사와 직원을 위해 잘한 결정”이라며 많은 격려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스킨넷은 모피제조업체로 2007년 9월 개성공단 아파트형 공장에 입주해 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철수하게 됐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철수를 전격 결정한 배경은….

“지난해 8월부터 개성공단에 통행제한이 걸릴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바이어가 주문을 끊었다. 지난해 12월 통행제한에 이어 올해 3월 통행차단 조치가 이어지면서 매출액이 지난해의 3분의 1로 확 줄었다. 특히 현지 체류 직원이 이틀간 북한에 사실상 억류되면서 그의 가족들이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던 게 결정적이었다. 한 회사의 경영자로서 직원들과 가족을 계속 불안케 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철수 결정에 대한 주변 반응은….

“직원들과 바이어들 모두 내 결정에 찬성하고 만족했다. 특히 통행제한 직후 ‘우리 제품만은 개성에서 만들지 말라’고 요구했던 바이어들이 ‘앞으로 안심하고 주문을 맡길 수 있겠다’며 격려해 줬다. 이번 결정으로 우리 회사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진 것 같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총국 측 반응은….

“총국에는 세무등록증을 반납하고, 장비철수 계획도 전달했다. 자세한 얘기는 직원들이 완전히 철수한 뒤에나 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성에 있는 생산시설은 어떻게 처분할 계획인가.

“원래 재봉틀 50대를 돌리고 있었는데 이 중 10대를 올해 3월 통행차단 조치 직후 임대한 경기 파주공장으로 옮겼다. 나머지 40대는 다음 주초 서울 영등포구와 중국 베이징에 있는 생산 공장에 절반씩 이전할 계획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바이어들과의 신뢰를 회복해서 예전 매출을 회복하는 것이 목표다.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개성공단으로 돌아가겠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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