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주업체들 격앙된 목소리
의류업체 A사의 김모 대표는 북측 요구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으며 임금안 조정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다. A사는 2007년에 입주한 후발업체로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지난해에만 5000만 원의 적자를 봤다. 김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임금마저 급격히 오르면 더는 공장을 운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기업 대표는 “300달러까지 올린다면 시범단지 때부터 입주한 우량 업체들도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업체들이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은 150달러”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입주기업들의 반응은 기업규모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드러냈다. 선발업체로 입주한 B사 대표는 “300달러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수치”라면서도 “3통(通)과 북한 근로자에 대한 자율적인 노무관리가 보장된다면 어느 정도의 임금인상은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2007년 입주한 신발 제조업체 대표는 “주문량이 급감해 올 들어 한 달에 5000만∼8000만 원의 손실을 계속 보고 있다”며 “정부가 공단을 조속히 폐쇄해서 남북경협 보험금이라도 받았으면 한다”고 털어놨다.
○ 기업들 ‘탈개성’ 본격화하나
북측이 2차 협상에서도 초강수를 택하면서 스킨넷에 이어 입주기업들의 ‘탈(脫)개성’ 행렬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의 최대 메리트였던 저렴한 임금과 임차료가 흔들리면 조만간 입주기업들의 철수가 잇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볼 때 북한이 요구조건을 끝까지 고수한다면 영세한 아파트형 공장 내 입주업체들부터 철수 준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국토지공사로부터 땅을 분양받아 공장을 세운 게 아니라, 한국산업단지공단이 만든 공장 건물을 임차해 들어가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내 아파트형 공장은 연면적 2만7885m²(약 8435평) 규모로 2007년 7월 준공됐으며 현재 32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일부 입주업체가 올해 3월 이후 단계적으로 상주 인력을 철수시키고 있는 점도 입주기업들의 철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10일 통일부로부터 입수한 ‘개성공단 전체 입주기업별 상주 체류인원 통계’에 따르면 106개 입주기업 가운데 3∼5월의 3개월간 상주 인력을 줄인 곳은 24.5%(26개)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상주 인력을 3월 112명에서 5월 64명으로 불과 석 달 만에 43%나 줄였다. 인테리어 관련 입주업체 대표는 “올해 1월 상주 인력을 확 줄였다”며 “추가 협상에서도 진전이 안 되면 철수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