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대해 북측 대표단은 “근로자가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만 답변했다. 남측 대표단이 “이것을 책임 있는 답변으로 봐도 되느냐”고 묻자 북측은 “그렇게 봐도 좋다”고 답했다. 북측은 A 씨가 어디에 있는지 답변하지 않았다. 남측 대표단이 “개성에 있는 것으로 알겠다”고 하자 “편리한 대로 해석해도 좋다”고 했다. 김영탁 남측 수석대표는 “A 씨가 개성에 별 탈 없이 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접견과 조기 석방은 앞으로도 계속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의 최대 목표가 A 씨 문제 해결이라고 강조해 왔던 정부로서는 접견은커녕 소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고 돌아온 셈이다. 이에 따라 이날로 74일째 북한지역에 억류된 A 씨의 억류 사태는 해결의 실마리를 단시일 내에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A 씨의 구체적인 혐의와 증거는 내놓지 않은 채 대남 공세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북한은 3월 30일 “개성공단 여성 근로자를 변질 타락시켜 탈북을 유도했다”는 혐의를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1일에는 “우리의 체제를 악의에 차서 헐뜯으면서 공화국의 자주권을 침해하고 해당 법에 저촉되는 엄중한 행위를 감행했다”고 주장하다가 지난달 15일에는 “현대아산의 모자를 쓰고 나와…”라는 표현을 쓰며 의혹을 부풀렸다.
북한은 미국인 여기자 2명이 평양주재 스웨덴대사를 세 번 만나도록 해줬고 가족에게 편지를 쓰고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그러나 A 씨는 가족은 물론이고 남측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단 한 차례도 갖지 못한 채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