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행동'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11일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특별강연회에서 한 말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했습니다.
현 상황이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규정하면서 "모두 행동하는 양심이 되어 자유, 서민경제, 남북관계를 지키는 일에 모두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이 얼마나 불행하게 살고 있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면서 "개성공단이 철수하고, 북한은 매일같이 남(南)한테 선전포고 하겠다, 무력으로 대항하겠다고 말한다"고 예를 들었습니다.
우리 국민은 개성공단이 철수해서 불행하다는 것인지, 여기서 '우리 국민'이란 대한민국 국민을 말하는지 아니면 북한 주민을 말하는지 헷갈릴 판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나는 북한이 많은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 근거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이란, 러시아 심지어 쿠바까지 손을 내밀면서 북에 대해서는 한마디 안 하는 것은 북에 대해 참기 어려운 모욕"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이 '북한의 억울함'을 대변하면서, 못사는 북한 주민들이 왜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그 아들까지 3대를 섬겨야 하는지에 대해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것은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김 전 대통령의 특별강연에 대한 반응은 엇갈립니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행동하는 양심이 필요한 때"라고 찬사를 보냈습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좌파정권 10년과 현재를 대비해서 좌우대립과 투쟁을 선동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에서도 이례적으로 나섰습니다. "오늘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원칙 없이 퍼주기를 한 탓이 아니냐"는 반박입니다.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인 우리나라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나라 걱정과 고언(苦言)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화합에 앞장서야 할 전직 대통령이 오히려 국민을 분열시키고, 민중 봉기를 선동하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