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처리할 ‘긴급 민생법안’으로 선정한 30개 법안 중 상당수는 여야의 견해차가 뚜렷한 것들이다. 한나라당은 상임위원회별로 이들 법안을 상정해 논의한 뒤 6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생각이다. 민생법안을 더 미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 중 상당수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미디어 관계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6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이미 합의했기 때문에 야당이 태도를 바꿔 처리를 지연하려 들 경우 논란과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이 핵심=한나라당이 11일 의총에서 발표한 우선처리 법안은 △경제 살리기 법안 6개 △민생안정 법안 12개 △미래준비 법안 12개 등 모두 30개다. 이 중 한나라당이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미디어 관계법이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3월 2일 “방송법과 신문법, IPTV법, 정보통신망법 처리와 관련해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어 100일간 여론수렴을 거친 뒤 6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한다”고 합의했다. 한나라당은 여야 합의대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를 구성해 의견 수렴을 한 만큼 이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태도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론조사 실시를 요구하며 사실상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야당이 합의를 파기하고 법안 처리에 반대한다면 강행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김형오 국회의장도 여야 합의 정신을 존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보호법도 한나라당에선 이번에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꼽고 있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 보호법 적용을 유예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특히 ‘300인 미만 기업에서 정규직 전환 때 사회보험료 50%를 2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긴 기간제근로자 고용개선법이 통과되면 20만 명 이상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한나라당은 기대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 정규직 전환을 늘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법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 밖의 주요 법안=금산분리 완화를 위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도 4월 국회에서 부결돼 정무위원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부속법안 △신용카드 수수료상한제를 도입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통신서비스의 재판매제를 도입하는 전기통신사업법 △불법 대부업체 제재를 강화하는 대부업법 등이 경제 살리기 법안과 민생안정 법안으로 분류됐다.
한나라당은 이 밖에도 공무원의 연금수령액을 낮추는 공무원연금법과 내년부터 교육세를 폐지해 본세에 통합하는 ‘목적세 폐지 3법’을 미래준비 법안에 포함시켰다. 이들 법안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한나라당은 6월 국회가 열리는 대로 상임위에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