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농축’ 7년만에 커밍아웃

  • 입력 2009년 6월 15일 03시 00분


안보리 결의안에 반발 “농축 착수”… UEP 실체 둘러싼 논쟁 끝내

北 “새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봉쇄 시도땐 전쟁 간주”

북한이 그동안 존재 자체를 부인해오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실체를 7년 만에 인정했다. 북한이 기존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뿐만 아니라 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까지 공개함에 따라 북한의 핵개발은 미국과의 협상용이 아닌 실제 보유용임이 분명해졌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확보를 위해 더욱 강경한 대외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은 13일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우라늄농축 작업에 착수한다. 자체의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농축 기술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 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한다. 현재 폐연료봉은 총량의 3분의 1 이상이 재처리됐다”며 핵 재처리 작업 사실도 공개했다. 또 “미국과 그 추종세력이 봉쇄를 시도하는 경우 전쟁행위로 간주하겠다”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주변국들이 선박 검색 등 제재 조치에 나설 경우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UEP는 제2차 북핵 위기의 시발이었다. 2002년 10월 4일 당시 제임스 켈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하자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이를 사실상 시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UEP 의혹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 때문에 2005년 6자회담의 9·19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한다”는 포괄적인 합의에 만족해야 했다. 북한은 2008년 북핵 검증 문제가 제기되자 미국과의 비공개 양해각서를 통해 “UEP 보유 주장을 반박하지 않는다”는 형식으로 사실상 ‘간접 시인’했다.

북한이 13일 그동안의 부인과 모호성에서 벗어나 완전한 ‘커밍아웃’을 하고 나온 것은 이미 핵보유국 의도를 드러낸 이상 더는 감추며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화를 통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주장하는 대북 협상론자들의 위상은 크게 위축되고 6자회담 무용론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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