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제외 5개국 의견조율 통해 6자회담 실효성 제고 전략
MB “北, 개성공단 무리한 요구…기업 떠나도 정부선 못막아”
이명박 대통령은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 선언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이 대통령은 또 북핵 6자회담을 보완하기 위해 ‘선(先) 5자회담, 후(後) 6자회담’ 형식의 대북 현안 논의를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14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실험 등 잇단 도발에 대해 한미 정상이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13일 북한이 밝힌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무기화 발언에 대한 공동대응 방안도 단독회담 및 확대회담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서관은 또 “이 대통령은 효용 가치가 떨어진 6자회담을 보완할 수 있는 단계적 회담 방식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제안하고 이후 관련국들에도 제안 및 동참을 호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 李 대통령 “6자회담 성과 쉽지않아”
이 대통령의 이런 ‘선 5자회담’ 방식 구상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13일자에 ‘한국의 불도저, 백악관으로’라는 제목으로 실은 인터뷰에서도 부분적으로 소개됐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난 뒤 원하는 게 무엇일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러 가지 조치를 5개국이 함께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자회담은 북한을 포함한 6개국이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회담장에서 자국의 주장을 펼치고 의견을 조율하는 식으로 진행돼 왔다. 이 때문에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 러시아와 한국의 우방인 미국과 일본은 6자회담장에서 이견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고 북한은 이런 이견을 활용해 지연작전을 펴곤 한다. 이에 따라 6자회담은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선 5자회담, 후 6자회담’ 형식을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5개국이 사전에 개별적으로 의견 및 의제를 조율하고 5자회담을 열어 공동 의견을 이끌어 낸 뒤 마지막으로 북한과 6자회담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6자회담을 중국이 이끌었다면 이번 제안으로 한국이 새로운 회담 틀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의 한 관계자는 “큰 틀은 정했지만 세부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이 대통령 제안을 미국에서 받아들인다면 한미 양국 실무진 간에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개성공단, FTA, 아프간 지원 문제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개성공단은 남북 간의 협력뿐 아니라 대화 창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면 유지해 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만일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우리 기업들도 피해를 보겠지만 4만 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점에 나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북한의 무리한 요구로 민간기업이 떠난다고 결정한다면 정부는 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현대아산 직원 A 씨를 억류하고 있는 데 대해선 “분명한 잘못이고 약속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미국이 한미 FTA 문제를 업종과 관련된 미시적 부분에 초점을 맞춰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한미 FTA는 양국 간 경제뿐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 아시아 전체에 대한 전략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비준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평화적 사업에 참여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가 과거에 도움을 받던 남에게 이제 도움을 주는 세계 국가의 일원으로 그렇게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이제 우리는 북한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또 북한을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려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 대통령은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재지정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핵 보유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는 “현재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