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제재 결의안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데 대해 북한이 반발할 것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하지만 북한이 유엔 결의에 맞서 내놓은 위협의 강도는 예사롭지 않다. 우라늄 농축작업에 착수함은 물론이고 플루토늄 전량을 무기화하겠다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끝까지 밀어붙이겠다는 대외적 선전포고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미 군사적 충돌까지 예고한 북한의 정면승부 움직임은 한반도 위기지수를 점점 고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 북한, 핵 보유 끝장 보기 수순?
북한 외무성 성명은 “핵 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고 우리의 핵무기 보유를 누가 인정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는 안보리 결의안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정리한 데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온 뒤인 4월 29일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경수로 건설 및 핵연료를 자체 생산하겠다고 예고했다. 따라서 경수로 핵연료를 얻기 위한 우라늄농축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하지만 우라늄 농축이 이미 ‘시험단계’라는 북한의 주장은 그동안 극구 부인해 온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까지 시인하면서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북한의 최근 대외 도발 움직임은 후계자 선정 문제라는 내부적 문제까지 안고 있는 데 따른 대내외적 요인이 겹친 상황에서 벌어지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남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한 뒤 군 수뇌부 인사를 단행했고 최고기관인 국방위원회를 재편했다. 북한은 ‘강성대국의 대문을 여는 해’로 내세운 2012년까지 후계자에게 핵보유국 지위를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국가의 명운을 걸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 국제사회의 대응 효과는 얼마나?
한국과 미국은 일단 유엔의 대북결의에 따라 국제사회의 통일된 대응을 다짐했다. 외교통상부는 13일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원칙하에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단호하고 일관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행정부도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북한의 우방국인 중국이 이미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량을 줄이는 등 독자적인 제재에 착수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지만 실효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중국의 제재가 일시적 압박용에 그치고 중국이 다시 북한 달래기에 나선다면 대북 제재 효과는 급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금융제재나 일본의 독자 제재에도 북한이 당분간 버티기로 나선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 대북 정책 ‘큰 그림’ 다시 그려야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등은 이제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양국은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효과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여전히 6자회담의 틀은 유효한 협의방식”이라며 “한미 정상은 당분간 진행될 대북 제재 국면 이후의 대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주목되는 부분은 북한이 “대결의 본질은 평화와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전에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에 관한 문제이며 조미(북-미) 대결”이라고 강조한 대목이다. 여전히 북한이 미국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억류된 두 미국인 여기자 석방 문제가 북-미 대화 및 이를 통한 북핵 문제 논의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