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뿐 아니라 192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엔총회가 함께 나서야 하는 사안입니다. 이번에 안보리의 대북제재가 강화된 만큼 북한을 향한 유엔총회의 목소리도 커질 겁니다.”
줄리언 헌트 유엔총회의장협의회(CPGA) 의장(65·사진)은 15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글로벌 공조의 필요성과 함께 유엔총회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에서 열리는 CPGA의 특별회의 참석차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카리브 해의 소국 세인트루시아 출신으로 2003∼2004년 유엔총회 의장을 지냈다.
헌트 의장은 “이번 회의는 1997년 CPGA가 만들어진 이래 두 번째로 열리는 것”이라며 “북한의 제2차 핵실험이 가져온 한반도의 안보위협이 이를 추진하게 된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CPGA는 한승수 총리를 포함해 유엔총회 전현직 의장 26명이 참여하는 협의체로, 매년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정기회의 등을 통해 유엔총회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총회는 현재 안보리가 다루는 북핵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군축 및 세계 안보를 다루는 제1위원회의 활동이나 결의안 같은 총회의 고유 권한을 통해 목소리를 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지금까지 유엔총회가 북한과 관련해 의견을 표명해온 주요 방식 중 하나. 헌트 의장은 “한국 정부가 과거와 달리 결의안에 찬성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변화”라며 “한국 정부가 그만큼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신호로 본다”고 말했다.
CPGA 특별회의 직후 발표할 예정인 ‘서울 성명(Seoul Statement)’에는 북한 외에 기후변화와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현안에 대한 제언이 담길 예정이다. 헌트 의장은 “유엔총회가 새천년개발목표(MDGs)를 통해 전 세계 빈곤문제 해결에 노력하고 있지만 경제위기로 그간 쌓아온 성과가 크게 후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유엔이 이에 대응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찾아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일본과 독일이 추진하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해 그는 “유엔의 대표성을 확대할 필요성에는 모두가 동의하지만 거부권, 추가 진출국 수 등 민감한 문제가 걸려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의장직에 있을 때(2003∼2004년)도 논의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던 사안이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개혁 의제는 조만간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