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15 선언의 敎條化로 남북관계 못 푼다

민주당을 비롯한 일부 야당과 좌파세력은 그제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 기념행사에서 6·15와 10·4 선언을 이행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강경 일변도인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며 남북관계 경색의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돌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1일 이 대통령에게 ‘6·15와 10·4 선언을 지키라’며 국민을 선동한 발언의 연장선이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통일문제의 자주적 해결, 1국가 2체제의 통일방안 협의, 이산가족 문제 해결, 남북 교류 활성화가 주 내용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이 선언에 따라 8조3800억 원을 북에 퍼주고 대북 저자세로 일관했다. 그런데도 북은 서해에서 무력도발을 했고 핵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나아가 북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교류를 쌀, 비료, 대북지원금을 받아내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기회로 악용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0월 9일 북의 1차 핵실험은 사실상 6·15 선언의 폐기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6·15 선언에 담긴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방안은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어제 “6·15와 10·4 선언의 문제점 및 법적 효력을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적절하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어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6·15와 10·4를 인정하고 북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평화교류협력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6·15 선언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교조적(敎條的) 발상이다. 북의 2차 핵실험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제재를 결의한 것은 북핵 문제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문제임을 보여준다.

북은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핵 야욕을 버린 적이 없다. 좌파정권 때는 남북관계에 아무 문제가 없었고 북이 핵도 개발하지 않았는데, 이 정부의 대북정책 때문에 모든 문제가 생긴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 왜곡이다. 6·15 선언의 교조화는 남북관계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 많은 국민은 북에 끌려다니며 이용만 당하는 대북정책을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