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6·15 선언의 교조화

  • 입력 2009년 6월 16일 17시 13분


어제는 6·15 남북공동선언 9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6월 15일은 남북공동선언 기념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좌우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나는 날이 됐습니다. 올해도 일부 야당과 좌파세력은 정부에 '6·15와 10·4 선언을 이행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여당에서는 "6·15 선언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욕구와 김정일의 핵무장 야욕이 빚어낸 합작품으로 역사의 혹독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지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6·15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8조3800억 원을 북에 퍼주고 대북 저자세로 일관했습니다. 그런데도 북은 서해에서 무력도발을 했고 핵 개발을 계속했습니다. 북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교류를 쌀과 비료, 그리고 대북지원금을 받아내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기회로 이용했을 뿐입니다.

2006년 10월 9일 북의 1차 핵실험은 6·15 선언의 폐기를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상황은 6·15 선언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선지 오래 됐습니다. 그런 점에서 어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6·15와 10·4 선언의 문제점 및 법적 효력을 다시 한번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한 것은 대단히 시의 적절한 지적이라고 봅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6·15와 10·4를 인정하고 북이 6자회담에 복귀하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 평화교류협력이 이뤄진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햇볕정책을 계속하고 북이 6년 동안 6자회담에 참가했지만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 묻고 싶군요.

북이 핵을 포기하고 정상국가의 길로 간다면 6·15 선언은 당연히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북은 남북정상회담과 6자회담에도 불구하고 핵 야욕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북의 2차 핵실험에 유엔 안보리가 만장일치로 제재를 결의한 것은 북핵 문제가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6·15 선언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처럼 주장하는 교조적(敎條的) 발상은 남북관계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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