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운 부자, 오바마와 공통점은?

  • 입력 2009년 6월 17일 13시 45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목된 3남 김정운(26). 이들 부자는 마치 피는 속일 수 없다는 듯 판박이처럼 농구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학창 시절 농구를 즐겨했던 김정운은 스위스에서 유학하던 1990년대 후반 미국프로농구(NBA) 시범경기를 보기 위해 직접 프랑스 파리까지 차를 타고 가기도 했다. 농구 만화를 즐겨 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이런 배경에는 농구광인 아버지의 영향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은 평소 NBA 경기를 위성 중계로 시청하고 '폭풍', '태풍' 등의 농구 팀 이름을 직접 지어주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1980년대 말 김 위원장이 "농구는 머리를 좋아지게 하는 운동이니 적극 육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 저변이 약했던 농구를 정책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1996년에는 '사회적으로 농구하는 분위기를 세우라'는 취지의 친필 지시를 내려 북한에서 농구 붐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꼽힌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999년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평양과 서울을 오가며 열린 뒤 2003년에도 평양 유경 정주영 체육관 개관을 기념하는 농구대회가 열렸다. 북한에서 뛰던 235cm의 인간 거인 리명훈과 '북한의 마이클 조든'이라는 박천종(186cm)이 국내에도 큰 화제를 뿌렸다. 2000년 방북했던 매들린 울브라이트 당시 미 국무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든의 사인이 적힌 농구공을 선물하기도 했다.

사실 북한의 농구 열기는 남북 분단 이전에도 뜨거웠다. 프로농구 삼성 조승연 단장의 선대인 조득준 선생은 평양 출신으로 1940년 전후 국내 최고의 선수로 일본에까지 이름을 날렸다. 두 차례 평양을 방문했던 조 단장은 "일제 시대 서울보다 평양 농구가 더 강했다고 들었다. 1948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중 절반은 이북 출신이었다"고 말했다.

오랜 단절과 고립으로 북한의 농구 용어와 규칙은 생경하다. 자유투는 '벌 넣기', 덩크슛은 '꽂아 넣기', 리바운드는 '판공 잡기', 어시스트는 '득점 연락' 등으로 부른다. 또 기존 3점 라인(625cm) 보다 먼 670cm 바깥에서 슛을 넣으면 4점으로 인정하고 경기 종료 2초를 남긴 이후에 나오는 득점에는 무려 8점을 준다. 이른바 북한의 자주적인 룰이다.

널리 알려진 대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농구 선수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대건설 사장 시절 농구단 창단을 주도한 뒤 단장을 맡아 선수 스카우트에 관여하기도 했으며 서울시장 때는 농구장에서 시구를 한 적도 있다. 묘하게도 핵문제로 팽팽한 긴장관계를 보이고 있는 남북한과 미국의 최고 권력자가 농구로도 얽혀 있는 셈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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