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입각한 평화통일 지향
[2]민간우주협력 강화-원자력 이용 협력
한국, 평화적 목적 핵재처리 길 터
[3]완전 폐기 대상에 北탄도미사일 추가
막무가내 北에 ‘당근은 없다’ 천명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채택한 ‘한미동맹 공동비전’에는 그동안 논의되지 않았던 양국의 새로운 정책 방향이 제시되어 있다. 한미 양국이 제시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입각한 평화통일 △한미간 민간 우주협력과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협력 △북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는 기존 대북정책과 한미관계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공동비전의 3대 포인트다. 이 세 가지 방향은 지난 50여 년간 양국관계의 근간이던 한미동맹이 지향하는 미래를 잘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
우선 눈에 띄는 대목은 한반도의 미래를 명시적으로 밝힌 부분이다. 공동비전은 ‘동맹을 통해 한반도의 공고한 평화를 구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통일이라는 부분은 남북이 기존에도 서로 공감대를 가졌던 부분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이라는 한반도 통일의 지향점은 한국이 통일을 주도한다는 것을 미국이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비핵 개방 3000’을 소개하고 지지를 이끌어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높인다는 것으로 장기적인 대북 지원을 겨냥한 대북정책 구상이었다. 그러나 공동비전에 명시된 이 대목은 북한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나름의 원칙에 기반을 둔 통일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북한의 반발 등을 고려해 급변사태와 관련된 단어가 명시되지는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이 대목은 미래의 한반도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 지에 대한 한미 양국의 지향점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원자력 평화적 이용 협력과 민간 우주 협력 강화
공동비전이 원자력 관련 기술 협력을 강조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우선 한미 양국은 차세대 원자로 개발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그린에너지’로 통하는 차세대 기술을 한국이 확보하고 주도할 기회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과정에서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 이후 한국이 포기한 평화적 이용의 핵 재처리를 허용하는 문제가 추진될 수 있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핵주권론’과 관련해 2012년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과정에서 평화적 목적의 재처리 허용 문제가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소식통은 “원자력 문제를 공동비전의 경제협력 분야에 끼워 넣은 이유는 미국과 마찰음을 내지 않으면서 향후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시 협상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양국이 민간 우주분야의 협력 강화를 강조함에 따라 한국의 우주탐사계획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 항공우주국(NASA)이 주도하는 국제 달 탐사 네트워크(ILN)의 한국 참여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NASA가 한국 등 8개국에 제안한 이 사업은 달의 환경과 자원탐사를 위해 2013년부터 달의 곳곳에 탐사선을 보내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을 제한한 한미 미사일협정의 개정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장거리미사일의 확산 방지 차원에서 이는 민간 분야에 국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 폐기
공동비전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폐기한다는 대목을 담았다. 그동안 6자회담의 협상 대상은 핵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논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실어 나르는 운반수단인 탄도미사일 역시 함께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공동비전은 특히 장거리로켓 발사에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시험을 위협하는 북한에 대해 과거처럼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한 뒤 그에 따른 보상책을 협상하던 방식의 타협책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
정부 소식통은 “예전엔 북한에 ICBM 발사 능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더는 개발하지 말라는 식으로 접근했지만 이젠 북한이 ICBM 발사를 실행할 만한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를 확실히 제거할 필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자체 스케줄에 따라 도발을 감행할 뿐 더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최근 태도를 볼 때 강력한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데 양국이 인식을 같이한 것이라는 얘기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