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여야 대리전 벌여… 국회 미디어법 재격돌 예고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위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산하에 설치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미발위)’가 활동 시한(25일)을 채우지 못한 채 17일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
민주당 측 위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8차 전체회의 도중 “여론조사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활동을 종료한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미발위와 별도로 여론조사를 한 뒤 보고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미발위는 한나라당 및 자유선진당 측 위원들만으로 이날 오후 회의를 속개하고 25일까지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2월 임시국회 막바지에 여야 원내대표는 ‘문방위에 자문기구인 여야 동수의 사회적 논의기구를 만들고 문방위에서 100일간 여론수렴을 거친 후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표결 처리’에, 민주당은 ‘여론 수렴’을 강조하면서 여야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서로 다른 해석을 해 난항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여론수렴 방식은 여론조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모든 문제는 여론조사로 귀결됐고 거기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
한나라당 측은 “여론수렴이 곧 여론조사라면 미발위를 구성할 필요조차 없었고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대로 법안에 반영돼야 한다면 국회의 존립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미발위는 당초 취지대로 자문기구 역할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 여론수렴을 위한 최적의 방식은 여론조사”라며 “합의에 여론수렴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한 이상 여론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동안 여론조사 결과가 신문과 방송 겸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았던 것을 의식한 것이다.
여야 위원들이 밀고 당기기를 한 끝에 지난달 22일 한나라당 측이 제안한 수용자 인식조사에 민주당 측은 법안 관련 설문을 포함하는 방식의 ‘여론조사’에 합의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민주당 측이 합의를 철회했고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야당 측 공동위원장인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발위가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고 무슨 결정을 하겠나. 한나라당 추천위원들과는 더 얘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측 간사인 황근 선문대 교수는 “민주당 측 요구는 거의 다 들어줬는데 우리가 합의를 안 해준 것처럼 이야기하다니…. 인간적으로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발위가 아무런 성과 없이 사실상 막을 내림에 따라 미디어관계법 처리 전망은 불투명해졌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여론조사를 통한 국민여론 수렴 없이 문방위는 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간사인 나경원 의원은 “합의를 깨기 위한 명분 쌓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표결처리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