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키’잡은 C·H·I·N·A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 中영향력 풀어보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로 국제사회를 더욱 자극할지, 아니면 대화를 통한 협상의 길에 나설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런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에 새삼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주목받는 다섯 가지 이유를 중국의 영어국명 CHINA(차이나)로 한 자씩 풀어본다.》

北-美 중재자 역할… 6자회담 불씨 살리려 北에 복귀 압력

중국은 북한 비핵화를 다루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의 의장국이다. 1차 6자회담부터 의장국을 맡아온 중국은 북한뿐 아니라 미국에도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조정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하고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6자회담은 여전히 북핵 해결의 효과적인 틀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 구상이 논의되는 것도 결국은 6자회담으로 이끌기 위한 변형된 수단”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의장국인 중국이 6자회담 개최를 제안하고 북한이 참여하지 않으면 일단 5자회담을 열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은 5자회담이 자칫 6자회담의 틀을 깰 수 있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의 완전 고립이 부담스러울 중국으로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김정운 후계 내정 통보받은듯… 김정일도 2代세습때 訪中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운이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최근 외신들은 북한 고위층의 중국 방문에 관한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정운이 중국을 극비리에 방문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회담했다고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운이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내정된 사실을 직접 전달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 권력의 2인자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달 말 베이다허(北戴河)를 방문해 후계체제를 설명했을 것이라는 보도도 이어졌다.

이 같은 보도의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북한의 후계자 문제가 중국과 무관치 않음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으로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후원자라는 점에서 정운의 후계자 내정을 통보하는 것이 향후 북-중 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정해졌을 때 김일성 주석도 김 위원장을 중국에 데려가 소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北석유 90%-생필품 80% 공급… 국경폐쇄땐 北체제 위기

북한과 중국은 두만강에서 압록강까지 1334km 국경을 맞대고 있다. 북한으로 가는 석유의 90%, 식량의 45%, 생필품의 80%가량을 중국이 공급한다. 북한의 대중 무역의존도는 2003년 32.7%에서 지난해 73.0%까지 높아졌다. 중국이 국경을 폐쇄하거나 반대로 국경을 개방해 탈북자들을 받아들이기라도 하면 곧바로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유일한 동맹국이다.

북한이 강경 일변도로 나갈수록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은 이처럼 북한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압박은 중국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북한 핵 위기 당시 중국은 며칠간 단둥(丹東)에서 신의주로 가는 송유를 중단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송유 중단 등의 상황이 되면 북-중 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하지만 북한이 3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을 계속하면 중국도 명분상 그리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역할 때문에 더는 북한과의 동맹을 지속하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다.

日등 이웃국가 핵무장 도미노 우려… 북핵 좌시 안할 것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로 인한 주변국으로의 ‘핵 개발 도미노’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국인 일본이 핵으로 무장할 경우 동북아시아의 안보 균형은 무너지고 만다. 더욱이 한국과 대만까지 핵개발을 한다고 나서도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중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공을 들이는 것은 이런 움직임이 아시아에서 중국의 지위를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한이 핵 등 대량살상무기(WMD)를 확산시키려 한다면 유엔 대북 결의안에 따라 각국이 차단에 나설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군사적 충돌까지 벌어질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를 빌미로 미국 함정들이 서해를 오가는 상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 확대는 중국과의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의 싱크탱크 사이에선 최근 “한반도의 안정보다 비핵화에 더 큰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올 정도다.

中도 북핵 사거리 안에… “배은망덕” 격한 비난 쏟아내

2007년 9월 일본에서 출간된 ‘중국의 대북조선 기밀파일’에는 ‘중국판 퍼주기’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중국의 모 연구기관 연구원이라고 밝힌 저자는 “지난 50년 동안 동맹국으로서 갖은 지원을 했는데 핵실험을 하고 전혀 중국에 협조적이지 않다”고 비난한다. 2차 핵실험 후 중국의 환추(環球)시보가 “북한 핵실험은 양국관계의 기초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배은망덕하다”고 비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정부와 학자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비판하는 것은 중국이 거듭 천명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은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의 근본 원칙과 이익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평양에서 베이징(北京)까지 직선거리가 1374km여서 인구 1300여만 명의 베이징이 북한 핵무기의 사거리에 들어온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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