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2기수 건너뛴 파격… 선배-동기 10명 용퇴대상
중수부 등 조직개편 주목
■ 검찰에선…
“혁명적인 인사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21일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사법연수원 12기)이 검찰총장에 내정되자 검찰 내부는 발칵 뒤집혔다. 법무부와 검찰 내에선 전임 임채진 전 총장(9기)의 후임은 10기 중에서 맡아 조직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3기수나 후배인 천 내정자가 결정됨에 따라 대대적인 인사 태풍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의 한 검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검찰 인사를 땜질하는 식으로 해 오다가 이번에 확실한 자기 인사를 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사의 폭을 최대한 넓혀 물갈이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검찰 내에선 이번 인사를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출발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판을 완전히 갈아엎는 인사다. 모든 정치적인 계산과 해석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 출신인 천 검사장은 영호남 중심의 검찰 내 지역 구도를 희석할 수 있는 인사여서 검찰 개혁을 추진하기에 부담이 적다는 평도 있다. 또 ‘박연차 리스트’ 수사 이후 검찰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바꿔 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깜짝 인사’에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와 대검에선 많은 간부들이 청와대의 인사 발표 직전까지도 천 지검장이 내정될지 ‘감’조차 잡지 못했다. 김경한 법무부 장관도 발표 전 인사 내용을 통보받고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지검장보다 선배인 한 고검장은 “대통령이 혹시 검찰을 일개 건설회사 정도로 생각하는 것 아니냐. 대통령 주변에서 어떻게 보좌하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구경북(TK) 출신의 한 검사장은 유력한 후보였던 TK 출신의 권재진 서울고검장 등이 퇴임하게 되자 “현 정부 들어 TK 출신들이 제대로 자리를 찾아간 적이 있느냐”고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에선 총장이 정해지면 선배와 동기들은 퇴임하는 게 관행이다. 12기인 천 지검장의 총장 내정으로 10기인 권 고검장과 명동성 법무연수원장을 비롯해 10∼12기 고검장 8명과 12기 검사장 2명이 용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권 고검장과 김준규 대전고검장은 사퇴의사를 내비쳤다.
이렇게 되면 13기에서 한상대 법무부 검찰국장, 차동민 수원지검장, 박용석 부산지검장 등 4, 5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14기에서도 채동욱 법무부 법무실장, 김진태 대검 형사부장, 노환균 대검 공안부장 등 4, 5명이 고검장 승진 후보로 거론된다.
검사장 승진 대상으로는 17기에서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3차장, 김희관 서울중앙지검 2차장, 김경수 인천지검 1차장,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의 이름이 나온다. 17기에서 최대 7, 8명이 승진하고 18기에서도 1, 2명이 검사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청와대가 대검 중앙수사부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일부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수부 등의 조직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 안팎에선 중수부가 대검 공안부처럼 수사는 하지 않고 전국 지검과 지청의 특수부 수사를 관할하거나, 일정 직급 이상의 공무원 등에 한정해 수사를 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李대통령 불신 반영” 긴장… 내부 개혁작업 힘실릴듯
白내정자 “직원 氣 살릴것”▼
■ 국세청은…
“하마평에조차 오르지 않았던 분이다. 너무나 의외다.”
“조직이 완전히 물갈이될 것 같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국세청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세청은 뜻밖의 인선에 크게 놀라며 술렁였다. 이날 경기 과천시와 수원시에서 중앙부처 실국장 워크숍에 참석했던 국장급 간부들은 공정위를 통해 백 내정자의 업무 스타일 등을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43년 국세청 역사에 국세행정 경험이 전무한 학자 출신이 청장에 내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관세청장에서 발탁된 이용섭 씨도 외부인사로 분류되지만 관료 출신인 이 씨는 상급기관인 재정경제부에서 세제실장 등을 맡았다는 점에서 업무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하기는 힘들다. 국세청으로서는 아무런 연줄도, 공통분모도 없는 ‘백지’ 상태의 인물을 새 청장으로 맞게 된 셈.
국세청장 자리가 5개월 넘게 비었던 것도 국세청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인선은 사상 초유의 청장 장기공백 사태를 감수한 끝에 내놓은 카드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세청 안팎에서는 백 내정자의 등장을 국세청에 대한 강력한 쇄신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세청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불신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라며 바짝 긴장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일각에서는 한상률 전 청장이 올 1월 ‘그림 로비’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것을 비롯해 이주성, 전군표 전 청장이 구속되는 등 전임 청장 3명이 연이어 비리에 연루된 것이 국세청 개혁론을 촉발시켰다는 점을 들어 ‘자업자득’이라는 자성론을 펴고 있다.
백 내정자는 취임 직후부터 국세청 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어느 행정기관보다도 내부 결속력이 강하다고 정평이 난 국세청을 단기간에 장악하려면 핵심 보직에 대한 인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고위직의 연쇄이동이 확실시되는 데다 서기관 이상 관리자의 명예퇴직도 이달 말 예정돼 있어 한 차례 인사 태풍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국세행정선진화 실무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세청 개혁방안을 다듬어왔다. 지방청을 폐지하고 외부감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조직을 효율화하고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이 거론됐지만 이번 인사로 개혁의 강도가 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백 내정자가 ‘재계의 검찰’인 공정위에서 시장친화적 정책을 다수 내놓았던 만큼 ‘경제 검찰’인 국세청에서도 기업의 고충을 헤아리는 세정을 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그가 국세청 쇄신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측근이고 공정위원장으로 행정경험을 쌓았다고는 하지만 국세청 조직특성상 외부인사가 연착륙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기 때문이다.
한편 백 내정자는 이날 밤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이전 국세청장들이 청렴도가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고 국세청 직원들의 자존심이 다쳤다면 자존심을 살릴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대표적 공안통…‘여간첩 원정화 사건’ 지휘▼
○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대검찰청 공안1과장을 거쳐 서울중앙지검 공안1, 2부장과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냈다.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에 균형감각이 뛰어나며 정세와 현안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듣는다. 올 1월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직후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처리했고 최근 ‘MBC PD수첩 사건’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수원지검장 재직 당시엔 현 정부 들어 가장 큰 공안사건인 ‘여간첩 원정화 사건’을 지휘해 주목을 받았다.
△충남 논산(51·사법연수원 12기) △경기고, 서울대 법대 △여주지청장 △수원지검 공안부장 △부산지검 공안부장 △부산지검 2차장 △울산지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수원지검장
▼10년 넘게 아이디어 제공 ‘MB 과외교사’▼
○ 백용호 국세청장 내정자
10년 넘게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책 아이디어를 제공해 온 경제·금융 분야의 브레인.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서울 서대문에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을 때 종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 대통령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작년 3월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후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등 친(親)시장적 경쟁정책을 폈다. 부드러운 성품이지만 결정을 내릴 때는 단호하다는 평가.
△충남 보령(53) △익산 남성고, 중앙대 경제학과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 박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 교수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 △공정거래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