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가 보수에서 중도로 변화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중도 복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위해 △진보와의 소통 추구 △서민에 대한 정책 및 홍보 강화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 개선 방안 마련 등을 수석비서관들에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좌우 진보 보수라는 이념적 구분을 하는 것 아니냐”면서 “사회적 통합이라는 것은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건강해지려면 중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중도를 거론한 것은 대통령이 된 뒤 처음일 것”이라며 “중도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된 이 대통령이 다시 중도로 회귀한다는 의미에서 ‘MB다움’의 회복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주문한 내용들도 ‘중도로의 복귀’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경향이 심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럴수록 반대편 사람들과 얘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소위 좌파, 진보 세력과의 소통을 통해 중도를 넓혀 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서민에 대한 정책 및 홍보 강화도 주문했다고 한다. 이 대변인은 “이날 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서민과 젊은층, 20, 30대 직장인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소외된 현장을 적극적으로 찾아가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구체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서민에 대한 홍보 강화에 대해 “이미지 감성 홍보의 부족으로 서민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이 잘 전달되지 않았다”면서 “대통령 이미지(PI·President Identity) 전략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서민과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미국의 단문형 블로그 서비스인 ‘트위터(twitter.com)’에 가입하는 문제가 논의됐다고 한다. 트위터는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지인들에게 휴대전화 무선인터넷 단말기 등을 통해 짧은 글을 올리고 확인할 수 있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다.
이 대통령은 또 수석들에게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비정규직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법치 같은 원칙 문제나 개혁에 있어서는 단호하게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회의에서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 인사에 대해 “검찰은 법치를 확고히 지켜 나가면서도 기존의 수사 관행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또 “국세청의 경우 국세 행정 개편에 대해 충분히 논의를 해서 제대로 된 개혁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수석비서관회의는 그동안 매주 수요일 열렸으나 각종 국정이슈에 청와대가 선제적으로 나서고, 선택과 집중을 한다는 차원에서 주초인 월요일로 바뀌었다. 이 대변인은 월요일로 옮긴 뒤 처음으로 열린 이날 회의 분위기에 대해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나열형에서 선택과 집중, 선제적 전략적 대응에 무게를 둔 회의였다”고 소개했다. 실제 회의에서는 각 수석비서관의 보고를 짧게 끝내고 주요 현안에 대한 수석들의 토론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