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라인은 발표직전까지 ‘깜짝카드’ 몰랐다

  • 입력 2009년 6월 23일 02시 58분


21일 청와대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 발표 막전막후
오전 10시경 권재진 고검장에 “준비하시라” 전화
大檢서도 ‘권 내정’ 발표 임박 판단… 실무준비 착수
오후 1시50분경 청와대 “천 지검장 내정” 전격공개
靑핵심관계자 “이미 1주일 전부터 천성관 거론”
지난주 금요일 오후 ‘천-권’ 2명으로 압축된 듯

청와대가 검찰총장 내정 사실을 발표하기 불과 네 시간 전인 21일 오전 10시경, 청와대 민정라인의 한 관계자가 권재진 서울고검장(사시 20회·사법연수원 10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검찰총장 인사가 발표된다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화를 받고 매사 신중하기로 정평이 난 권 고검장도 검찰총장 내정을 확신했던 듯하다.

비슷한 시간, 법무부와 검찰 주변에도 권 고검장의 총장 내정 발표설이 돌았다.

한 검찰 중견간부의 전언. “일요일 오전 다른 검사를 포함해 몇 명의 인사와 모임을 갖고 있었다.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그중 한 사람이 청와대 누군가와 통화를 한 뒤 ‘권 고검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됐다’고 해 그런 줄 알았다.” 대검의 일부 관계자도 청와대의 권재진 총장 발표가 임박했다고 판단하고 이에 따른 실무 준비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후 1시 50분경 청와대는 검찰총장에 전임 임채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3기수 아래이고 권 고검장보다도 2기수 아래인 천성관 서울중앙지검장(51·사시 22회·사법연수원 12기)이 내정됐다는 사실을 언론에 전격 공개했다.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는 얘기만 반복했다.

검찰총장 인선을 둘러싸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당초 민정라인이 권 고검장을 검찰총장 1순위로 올린 것은 분명하다. 또 민정라인의 실무진은 발표 직전까지도 권 고검장이 검찰총장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천 내정자를 추천했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언제부터 천 내정자를 염두에 뒀고 언제 최종 낙점을 했는지 등의 인선 과정은 베일에 가려 있다. 다만 ‘천성관 카드’가 느닷없이 나온 것은 아니라고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는 전했다. 그는 “검찰과 언론이 감지하지 못했는지 모르지만 이미 일주일 전부터 천성관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6월 12일 권 고검장과 문성우 대검 차장(사시 21회) 등과 함께 사시 22회 중에서는 유일하게 천 내정자에게도 인사검증동의서를 보냈고 사인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권 고검장과 천 내정자 두 명으로 압축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의 또 다른 핵심 인사는 “보안이 아주 잘 지켜졌다”고 말했다. 민정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인사에 대해선 할 얘기가 없다”면서 “(검찰 쪽에서 파악했던 권재진 총장설은) 그들만의 얘기”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최종 결심에는 권 고검장이 대구 출신이라는 점, 김경한 법무부 장관의 고등학교 후배라는 점, 천 내정자가 MBC PD수첩과 용산 참사 사건을 잘 처리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 세대교체를 통해 검찰 고위 간부들을 물갈이할 수 있다는 점, 충청권에 대한 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천 내정자는 2006년 울산지검장을 지냈다. 당시 울산대 총장이던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정 실장이 천 내정자를 추천했을 것이란 얘기도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권 고검장-대전고검장 사의

한편 권 고검장과 김준규 대전고검장(사시 21회)은 22일 “천 내정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천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정식 임명될 때까지는 업무를 계속 볼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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