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을 모두 충청 출신으로 지명하자 여권에서 ‘충청연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인 권력기관으로 꼽히는 검찰과 국세청의 수장을 모두 충청 출신으로 지목한 것이 여권의 충청지역에 대한 ‘러브 콜’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충청연대론은 지난해 6월 촛불시위로 현 정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정국 돌파용으로 거론된 카드다.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는 조각(組閣) 때에 이어 지난해 6월 위기 정국에서도 총리 카드로 검토된 바 있다. 지난해 4월 9일 총선에서 충청권에 자유선진당 바람이 불면서 한나라당은 24석 가운데 1석밖에 건지지 못했다. 사실상 여권이 충청권에서 전멸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보수 진영이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까지 급속히 떨어지자 여권은 선진당과의 정치연대까지도 모색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이회창 총재의 거부로 무산됐다. 1년이 지난 후 충청에 대한 여권의 구애가 다시 시작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좌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보수 진영의 결집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됐고 여권은 계파 갈등이 고조되면서 궁지에 몰려 있다. 집권 2년차 여권의 위기의식은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하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친이명박)계 의원은 22일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조직 개혁 의지와 함께 충청지역 배려가 맞물린 결과”라며 “6월 국회에서 선진당을 여당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법안과 미디어관계법안 등 민주당이 강력히 반대하는 법안을 원만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선진당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는 게 여권 지도부의 생각인 듯하다. 한나라당이 선진당에서 내놓은 미디어관계법안의 절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는 충청권에 검찰권과 조세권이 모두 간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말해 이번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총장과 국세청장에 대한 이 대통령의 인사가 청와대의 큰 그림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 조문 정국을 거치면서 진보 진영의 세 확산에 맞서 보수 진영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다”며 “선진당과의 연대를 포함해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겨냥한 ‘그랜드플랜’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다음 개각 때 한승수 총리를 교체할 경우 충청권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심 대표나 이원종 전 충북지사 등 행정 경험이 풍부한 충청권 출신 인사를 총리로 발탁하면 보수대연합과 충청권 공략이라는 양수겸장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생각인 듯하다.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