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D데이… 與도 野도 “밀리면 끝”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5분


비정규직법 처리 마지노선
본회의장 확보 충돌 가능성
“해머 나오면 공멸” 전략 고민

6월 임시국회 개회를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여야가 물리적 충돌에 대비한 작전 수립에 착수했다. 양측 모두 “이번에 밀리면 18대 국회를 통째로 내주는 격”이라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팽팽한 대치 속에서도 막후 협상은 물밑에서 이뤄지고 있어 극적인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D데이 29일?

한나라당은 29일 본회의가 열리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다. 30일 국무회의가 잡혀 있는 만큼 29일 처리한 법안을 정부로 이송해 공포한 다음 7월 1일부터 시행한다는 것이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비정규직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대란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민주당도 비정규직법을 무조건 반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

문제는 비정규직법을 통과시킨 다음 상황이다. 미디어관계법을 처리하려면 한나라당이 국회 본회의장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비정규직법 통과 직후에 바로 의장석을 점거한 뒤 상임위원회 논의 결과를 며칠 더 지켜보다가 정 안 되면 직권상정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나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법안처리를 위한 D데이는 29일”이라며 “이날 본회의장 상황이 6월 임시국회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원내 지도부에선 본회의장 확보를 위한 인력배치 문제도 거론됐다”고 전했다.

민주당도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해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농성하고 있는 문학진 의원은 “의사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농성 의원 수를 늘려 본회의 저지에 나설 것”이라며 “비정규직법 처리에 맞춰 본회의장과 각 상임위 회의장을 점거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내에선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미디어법 협상을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미디어법 관련 논쟁을 가급적 빨리 정리한 뒤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쇄신안을 내놓고 이후 여야가 냉각기를 갖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29일에 탐색전을 치른 다음 7월 둘째 주쯤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절충론도 나온다.

○ 폭력국회 재연될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모두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폭력사태가 발생하면 자칫 공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법안을 통과시킨 쪽이나 법안 저지에 성공한 쪽이나 모두 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한나라당으로선 9월 정기국회와 10월 재·보선, 내년 5월 지방선거 등 향후 민감한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이번에 논란이 될 만한 법을 모두 정리해야 쇄신을 둘러싼 당내 상황도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다”며 “시간을 끌면 끌수록 내부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극단적인 상황은 가급적 피한 채 여당의 독단적 입법 행태와 야당의 저항을 최대한 부각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법안 통과를 무산시키는 게 최우선 목표지만 그게 안 되더라도 지지층 결집을 이끌어내면 실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법안을 저지하지 못하면 당이 극심한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가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핵심 관계자는 “폭력국회에 대한 비난이 두려워 법안처리를 막지 못하면 애써 모은 ‘집토끼’를 놓치고 민주노동당 등 다른 야당에 대여 투쟁의 주도권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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