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자에 '백악관 장미원(로즈가든)에서의 상전과 주구의 역겨운 입맞춤 (이명박 역도의 미국행각을 평함)'이라는 논평원의 글을 보도했다. 글은 A4용지 6쪽 분량의 장문이었다. 북한은 한미 정상이 합의한 '한미동맹 공동비전'의 내용과 환담 내용 가운데 △포괄적인 전략동맹을 구축한다 △북한의 핵 보유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지 않는다 △미국이 한국에 확장된 핵 억제력을 보장한다 △한반도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에 입각한 통일을 지지한다 △개성공단에 대한 북한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지적하며 반박했다. 북한은 또 2차 핵실험 등에 대한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제에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네 번째(올해는 처음) 노동신문에 등장한 논평원은 이 대통령에 대해 도를 넘은 표현을 사용했다. 글은 "실로 백악관 장미원에서의 상전과 주구의 입맞춤광대극은 그 추악성과 위험성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남조선에서는 기가 죽어 쥐구멍만 찾던 이명박은 상전이 자기를 '환대'해주며 만찬까지 차리면서 만나준 데 대해 너무 감지덕지하여 어쩔 바를 몰라 했다. 미국의 침략적인 대조선정책 수행과 반공화국 핵소동의 앞장에서 춤을 추면서 동족을 마구 물어 제치는 충견이 아니고서야 그런 '환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며 이 대통령을 '개'에 비유했다.
글은 한미의 '확장된 억제력' 약속에 대해 "우리가 미국을 대상으로 핵 대결전을 벌리고 있는 오늘 '핵우산'과 '확장된 억제력'이 무용지물이며 남조선이 그 '우산' 밑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남측이 제기한 5자회담론에 대해서는 "핵 협상을 파탄시킨 장본인들이 '협상'이요, '포기'요 하는 것은 한갓 자기 위안,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역도가 미국 상전과 함께 '북을 뺀 5자회담'을 들고 나온 것은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는 격의 가련하고 불쌍한 처지를 그대로 보여줄 따름"이라고 비난했다.
논평원은 또 "(이명박 정부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에 기초한 통일을 역설"한 것은 "반공화국 대결정책에서 한 치도 달라진 것이 없을 뿐 아니라 날이 갈수록 그것을 더욱 더 악랄하게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또 "이명박 역도는 이번에 개성공업지구 실무접촉 문제까지 외세와의 '정상회담' 탁자 우에 올려놓고 우리의 정당한 제안에 대해 '무리한 요구'니 뭐니 하고 시비해 나섰다"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등) 상전(미국)의 침략적인 요구를 다 받아 물은 반면에 남조선 인민들의 이익과 관련되는 문제는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이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 논평원은 지난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의 중요한 고비마다 이번까지 네 차례 등장해 대남 비난과 남북 긴장 수위를 높였다. 논평원은 지난해 4월 1일 처음 등장해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구상' 등 대북정책을 비난했다. 이어 지난해 5월 30일에는 실용주의를 비난했고 10월 16일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육로 통행 제한 및 차단을 앞두고 '북남관계의 전면 차단'을 위협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