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국민을 버린 국회 또 충돌? 이젠 국민이 버린다

  • 입력 2009년 6월 25일 17시 08분


6월 국회, 또 충돌?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6월 25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한나라당이 6월 임시국회를 26일 단독으로 소집하겠다고 하자 민주당 초재선 의원 10여명이 23일부터 사흘째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철야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물리적인 충돌이 불가피해보입니다.

(김현수 앵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18대 국회는 버린 자식이다. 국민 분노가 폭발직전"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자리에 국회를 출입하는 정치부 정원수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도대체 이번이 몇 번째 충돌이기에 정치원로가 이런 혹독한 평가를 하나요.

(정원수 기자) 국회에서는 6월 임시국회를 3차 입법전쟁이라고 부릅니다. 전쟁이라는 살벌한 용어를 써도 될 만큼 18대 국회는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지난해 연말과 올 2월 극렬하게 충돌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연말에는 한나라당이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하자 민주당 문학진 의원이 상임위 회의실 문을 해머로 내리쳤고, 이 장면이 전 세계에 '한국식 정치'라는 타이틀로 전해져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습니다. 2월 임시국회 때는 야당의 본회의장 기습 점거를 막기 위해 거대 여당이 사상 처음으로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여졌습니다. 결국 양측은 2월 임시국회 막바지인 3월2일 쟁점법안 처리에 대한 합의문을 작성하는 것으로 갈등을 봉합했습니다.

(박 앵커) 당시에 작성한 합의문이 과연 어떤 내용이어서 이제 와서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까.

(정) 4개항으로 구성된 당시 합의문은 어떤 법안은 2월, 또 다른 법안은 4월, 또 다른 법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 또는 합의처리 하겠다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금 가장 문제되고 있는 것은 미디어관계법 조항입니다. 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원혜형 선진과 창조모임 문국현 원내대표가 자필 서명한 합의문에는 '미디어 관계법은 100일간 여론 수렴 등의 과정을 거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로 적혀 있습니다.

(김 앵커) 합의문은 해석의 여지가 없이 명확해 보이는데, 각 당의 견해가 어떻게 다른가요.

(정) 예.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첫 번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는 정국 변수입니다.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돌발 변수가 5월 하순에 발생했기 때문에 민주당은 국회가 그 부분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5대 조건을 여당이 수용하지 않으면 6월 임시국회를 열 수 없다고 버티면서 법적으로 짝수 달 1일 개회해야 되는 국회가 25일째 휴업상태입니다. 반면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모든 걸 논의하자"고 맞서고 있습니다.

둘째는 합의문 파기에 대한 견해차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합의문 자체가 김형오 국회의장이 2월 임시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직권 상정해 처리하려고 했던 강압적인 상황에서 작성된 만큼 전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한나라당이 미디어관계법에 대한 여론 수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아 합의문을 먼저 파기했다고 주장합니다.

(박 앵커) 그렇게 합의를 파기하면 세상에 지켜질 합의가 있을까요. 아무튼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처리가 가능한가요.

(정) 한나라당은 29일 문방위를 소집해 해당 법안 통과를 시도할 예정이지만 민주당이 실력 저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후 본회의 통과라는 초강수를 꺼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습니다. 국회의장은 직권상정 처리에 대해 명시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연말과 2월 임시국회에서와는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바뀌면서 국회의장과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쟁점 법안 처리를 놓고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앵커) 노동현장에서는 지금 실업대란을 우려하면서 국회만 바라보고 있다는데요. 6월 임시국회에서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미디어관계법 못지않게 중요하다죠.

(정) 예. 비정규직보호법이 이달 안에 바뀌지 않으면 다음달 1일부터 70여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해고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보호법이 2007년 7월1일부터 시행됐는데,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2년까지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2년이 되는 7월1일 이전에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해고를 해야 됩니다. 3당 교섭단체 간사와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지난주부터 5인 연석회의를 열고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여야간 견해차가 워낙 크고, 노동계 상황도 녹록치 않아서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야 모두 비정규직보호법과 미디어관계법을 분리 대응하자는 움직임이 있어 비정규직보호법을 매개로 여야가 극적인 타결을 이룰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박 앵커) 여야 합의라는 대반전이 있을까요, 아니면 물리적인 충돌의 부끄러운 국회 역사가 반복될까요. 개인적으로 후자 쪽일 것 같아 씁쓸합니다. 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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