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건 국민권익위원장(사진)은 26일 “평화적 집회·시위라도 타인의 공공장소 사용을 배제하는 것이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며 “평화적이냐, 아니냐는 문제 이전에 적법하게 절차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집회·시위는 불법”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법대 교수 출신의 헌법학자인 양 위원장은 이날 경기 용인의 경찰대 특강에서 “세계 어느 선진 민주국가에서도 집회·시위의 허용 여부는 정부의 사전 판단에 맡겨져 있으며 폭력성이 예견되는 집회·시위를 사전 금지하는 것은 정부의 의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최근 집회·시위는 표현수단으로서의 의미는 크게 감소된 반면 다중의 위력에 의한 물리력 행사로서의 의미가 압도적으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집회·시위 주최 측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짧은 시간 안에 동원할 수 있게 되면서 질서유지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불법 집회·시위에 대한 공권력 대응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집회·시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민주주의 후퇴론’에 대해서도 “이런 주장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의 미성숙을 드러낸 것으로 집회·시위의 자유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영국에서는 의회 의원이 시위 현장에서 폴리스라인을 넘었다는 이유로 체포된 사례가 있다”며 “경찰이 시위대에 쫓기고 매 맞는 일이 비일비재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면 미국과 영국은 민주주의의 종말을 맞고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법치 없는 민주주의는 ‘공화적 독재’거나 무정부 상태를 의미한다”며 “‘광장 민주주의’의 일상화는 이미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