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호크 도입 2,3년 늦춰
예비군 185만명선으로 확대
국방부가 26일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수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에 대비한 군의 능력과 작전개념을 대폭 보강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작성된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당시 대북 포용정책의 영향 탓에 수세적 방어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번 수정안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을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공세적 성격이 짙다.
○ 북핵-장사정포 감시·타격 능력 확보
군은 유사시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에 대비해 감시정찰→정밀타격→요격→방호 등 4단계 대응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위성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중·고고도 무인정찰기(UAV) 등으로 북한 전역을 감시하고, 핵과 미사일 공격이 확실시되면 가용한 모든 정밀유도무기를 이용해 선제적으로 타격한다. 또 발사 뒤에는 신형패트리엇(PAC-3)이나 SM-6급 요격미사일로 격추할 방침이다. 나아가 핵 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파(EMP)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정부시설과 군 지휘부에 EMP 방호시스템을 확보하기로 했다. 또 북한이 수도권을 겨냥해 군사분계선(MDL) 인근에 밀집 배치된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 등 장사정포를 비롯해 북한 전 지역의 군사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 정밀타격능력도 확보하기로 했다.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은 대포병탐지레이더와 UAV 등으로 표적을 탐지하고 공대지 및 지대지미사일, 차기다연장로켓으로 일거에 격파하는 자동화 체제를 구축한다.
○ 해병대 상륙능력 강화
당초 국방개혁 기본계획은 서해 연평도와 백령도에 주둔한 해병대 병력 4000여 명을 2020년까지 감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수정안은 이 병력을 2020년 상반기까지 유지하되 안보상황이 나아지면 2020년 하반기에 80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또 해병대사령부 예하에 백령도와 연평도, 제주도 등 도서방어부대를 편성하는 한편 차기상륙돌격장갑차와 기동헬기 등을 전력화해 상륙작전 능력을 대대급에서 여단급으로 확충하기로 했다.
육군은 지상작전사령부의 창설 시기를 당초 2012년에서 2015년으로 3년 늦추기로 했다. 군사령부급은 원래 계획대로 2개를 유지하지만 기능사령부와 군단은 각각 4개에서 3개, 6개에서 7개로 조정된다. 또 사단 수는 당초 47개에서 24개로 줄일 방침이었으나 수정안은 동원사단 4개를 추가해 28개로 하고 전시에 10개 사단을 추가 창설하기로 했다. 해군은 해군작전사령부 예하에 3개의 해역함대와 기동전단, 항공전단, 잠수함사령부를 두도록 했다. 3000t급 잠수함 도입 계획은 2018년에서 2020년으로 늦춰졌다. 공군은 작전사령부 예하에 남부사령부와 북부사령부, 방공포사령부, 관제단을 두고 남부사와 북부사 예하에는 비행단을 각각 4개, 5개 두도록 했다.
고고도 UAV인 글로벌호크는 당초 계획보다 2, 3년 늦춰 2015∼2016년에 도입하고 공중급유기 도입 계획도 2013년에서 2014년으로 연기했다. 당초 2012년 해양경찰에 이관하기로 한 해안경계 임무는 인력과 예산 문제를 감안해 2014년으로 늦췄다.
예비군 규모는 당초 150만 명으로 줄이려던 계획이었으나 185만 명 선으로 늘리고 이를 상비군 수준으로 정예화하기로 했다. 2005년 발표된 계획안은 관련 예산이 621조3000억 원 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날 발표된 수정안은 599조3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