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실행땐 충돌 우려… 대화촉구 압박수단 삼아야”

  • 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8분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정구종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이 29일 대담에서 한일관계와 일본 총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정구종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이 29일 대담에서 한일관계와 일본 총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가 최근 한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가 최근 한 집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南北민족공감대 바탕으로 한미일 함께 北설득 나서야
내년 한일병합 100년 계기…日국회 메시지 내놓을수도

《총선거를 앞두고 일본 정치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1955년 자민당 체제가 확립된 후 사실상 처음으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다. 그가 불법정치자금 수수의혹으로 불명예 퇴진한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전 대표의 구원투수로 나선 지난달 중순 이후 민주당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민당을 앞서고 있다. 총리 선호도에서도 하토야마 대표가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를 앞서는 형국이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차기 총리는 하토야마 대표가 유력하다. 29일 일본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 구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하토야마 대표와 정구종 동서대 일본연구센터 소장의 대담을 통해 민주당 정강정책과 한일관계 등의 현안을 들었다. 대표 취임 후 한국 언론과 따로 만난 건 처음이다.》

▽정구종 소장=민주당과 하토야마 대표에 대한 일본 국민의 지지가 높은 만큼 기대도 클 듯하다.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연 자민당을 누르고 집권당이 될 수 있을까요.

▽하토야마 대표=장기 집권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민당의 집권이 장기화되다 보니, 정파 간 자리다툼에 빠져서 여당은 모든 정책을 관료에게 맡기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국민생활은 무시되고 있다. 아소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만은 매우 크다. 국민생활을 중시하는 정치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도 반드시 정권교체를 실현시킬 것이다.

▽정구종=민주당이 제1당이 되더라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연립정권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 방책을 갖고 있나.

▽하토야마=국민신당과는 이미 참의원에서 연합한 적이 있다. 사민당과의 연립도 생각할 수 있다. 서너 개 정도의 당과 연립하면 과반수가 가능하리라 보고 있다. 우선 단독 과반수 획득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정구종=동생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전 총무상이 아소 총리와의 갈등으로 사표를 낸 이후 두 마리의 하토(鳩·비둘기)가 아소 총리를 협공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동생과 연대할 생각도 있나.

▽하토야마=동생과의 정치적 연대 가능성은 없다. 두 마리의 하토가 아소 총리를 공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한 마리의 비둘기(동생)는 형인 나에게도 공격적이다.

▽정구종=한일 양국 국민은 어떠한 정치를 요구하고 있으며, 어떠한 사회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는가.

▽하토야마=양국 상황이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지금 많은 일본 국민이 바라는 것은 우애정치의 건설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매일 100명 이상이 자살하는 상황이다. 모두가 자신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 사회 건설이 필요하다. 인간적으로 보람을 갖고 사는 사회, 일본은 과거 그러한 사회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 때부터 신자유주의와 머니게임이 유행하면서 돈에 의해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격차사회가 생겨났다. 고용 지역 교육 의료 부문에서도 격차가 심각하다. 이를 없애는 사회로 나아가기를 국민은 바란다.

▽정구종=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은 자민당과 어떻게 다른가.

▽하토야마=외교는 연속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180도 전환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시아를 중시한다. 일미동맹이 다음 정권에서도 일본 외교의 기축이 돼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미국의 의사를 그대로 따라가서는 안 된다. 미국에 할 말은 확실히 하면서 협력해서 지역안정과 세계평화에 공헌해야 한다. 아시아 각국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 자민당 정치인들의 여러 발언으로 일한, 일중 관계가 나빠진 적이 있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웃나라와의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해나갈 것이다.

▽정구종=북-일 관계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납치 문제 등으로 긴장의 연속이다. 민주당의 대북정책은 무엇인가.

▽하토야마=중요한 것은 북한을 어떻게 다시 대화노선으로 돌아오게 하는가이다. 대북 제재에 참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력충돌, 자칫 전쟁을 촉발하는 단초가 될 우려가 있다. 제재를 압박 수단으로 삼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이 한국 미국과 연계해 대응하는 것이다. 일본은 정보 면에서 한계가 있으므로 미국과 협력해야 한다. 한국은 북한과 같은 민족이니 (한국민의) 감정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은 3국 협력을 통해 북한을 이해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정구종=일본 해상자위대의 북한 선박 검색은 일본 국내법의 한계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준수라는 모순이 공존하는 것 같다.

▽하토야마=현실적으로 복잡한 문제다. 미국 한국과의 정확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북한은 선박 검색을 단호히 거부할 것이다. 정부가 마련 중인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법 집행은 별개의 문제다. 다만 일본이 새로운 법을 만드는 자체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다. 예방적 조치로서 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구종=대표는 취임 후인 6월 5일 첫 외국 방문지로 한국을 택해 이명박 대통령과 회담했다. 2010년은 한국병합 100년째의 해이다.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구상이 있다면….

▽하토야마=한일 관계에서 자민당과 민주당의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과거 역사를 직시할 용기가 있다는 점이다. 자민당도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의 담화를 계승한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입으로만 계승하고 있다고 한국민들은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민주당은 무라야마 담화를 공유할 것이다. 그것은 과거에 대한 반성을 기반으로 한 한일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이다. 내년 한일병합 100년을 계기로 일본 국회가 어떤 메시지를 표하거나 양국 정상 차원의 메시지 교환 등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정구종=대표의 정치 소신인 ‘우애혁명’ ‘우애외교’는 한일 관계에서는 어떻게 구현될 수 있나.

▽하토야마=전후 독일과 프랑스는 석탄철광개발 공동회사를 만들어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했다. 이게 바로 우애혁명 정신이다. 아시아에서는 과거 일본이 한국민에게 끼친 피해로 인해 감정이 남아 있지만, 교류를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 다시는 그러한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양국이 중심이 되고 중국을 포함해서 동아시아 공동체, 나아가 미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구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각국이 협력하면서 공생의 아시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우애외교다.

정리=윤종구 도쿄특파원 jkmas@donga.com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대표

△1947년 도쿄 출생 △1969년 도쿄대 공학부 졸업 △1986년 중의원(홋카이도) 당선 △1993년 신당 사키가케 창당, 관방성 차관 취임 △1996년 민주당 창당 △2005년 민주당 간사장 취임 △2009년 민주당 대표 취임(5월)

○정구종 동서대 국제학부 교수

△1944년 충북 영동 출생 △1967년 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1991년 동아일보 도쿄지사장 △1995년 일본 게이오대 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1997년 동아일보 편집국장 △2001년 동아닷컴 사장

■ 하토야마 누구인가
민주당 대표 취임후 지지율 역전… 차기총리 유력

조부는 총리, 부친은 외상
4대째 ‘정치 가문’ 이어가

하토야마 대표는 일본의 정치 명문가 태생으로 학자 출신이다. 조부는 자민당을 만든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전 총리이고 부친은 하토야마 이이치로(鳩山威一郞) 전 외상이다. 귀족원(현 참의원)을 지낸 증조부부터 치면 4대째 세습의원이다. 동생은 자민당 소속인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 전 총무상.

하토야마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센슈(專修)대 조교수를 거쳐 1986년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소속으로 처음 당선됐다. 7선 의원으로 지역구는 도쿄 분쿄(文京) 구.

1993년 6월 자민당이 분열하는 정치적 격변기에 신당 사키가케를 결성하면서 반(反)자민당 노선으로 돌아섰다. 비자민당 정권인 호소카와(細川) 내각에서 관방성 차관을 지냈다. 1996년에는 간 나오토(菅直人) 현 민주당 대표대행과 민주당을 창당하고 1999년 9월 대표에 선출됐으나 2002년 12월 보궐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2005년 9월부터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 체제에서 간사장을 맡았다. 그는 일한의원연맹 고문과 민주당 내 일한교류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재일한국인 법적 지위 향상을 위한 의원 연맹에 참여하는 등 한국에 우호적이다. 동생은 자민당을 함께 탈당해 민주당에서 함께 지냈으나 노선 대립으로 자민당에 복당했다. 모친은 세계적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장녀다. 부인은 일본의 배우 등용문으로 유명한 다카라쓰카(寶塚) 극단 출신이다.

하토야마 대표 체제가 출범한 지난달 중순 이후 민주당은 자민당과의 지지율 역전에 성공하면서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16일 보도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가 좋다’는 응답은 52%로 ‘자민당 중심의 정권을 원한다’(23%)는 응답의 두 배를 넘었다. ‘총리에 적합한 인물’에서도 하토야마 대표는 42%, 아소 총리는 24%였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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