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는 쟁점 법안인 비정규직법과 미디어관계법 처리 문제로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파행을 겪었다. 이날 한나라당 요구로 12개 상임위원회가 소집됐지만 상임위 전면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이 실력 저지하거나 참석을 거부하는 바람에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이날 비정규직법 처리와 관련된 ‘5인 연석회의’에서 합의가 도출되면 열릴 예정이었던 본회의도 무산됐다.
○ 민주당, 문방위 봉쇄
미디어관계법을 처리할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는 회의장 문조차 열지 못했다.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 8명과 보좌진 20여 명은 개회 시간인 오전 10시 전에 미리 회의장 앞에서 출입문을 가로막고 연좌농성을 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설득했지만 허사였다. 결국 고 위원장이 “물리적 충돌을 우려해 회의를 강행하지는 않겠다. 30일까지는 상임위를 열지 않겠다”고 말하자 민주당 의원들과 보좌진은 해산했다. 이에 앞서 고 위원장은 이날 문방위원장실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6월 임시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을 표결 처리하기로 한 합의정신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져야 한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미디어관계법 통과는 저지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문방위에서의 여야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까지 자유선진당의 신문법 개정안 등을 참고해 수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문방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문방위에 미디어산업 및 환경에 대한 조사 소위를 구성해 매체 시장실태를 파악한 뒤 합리적인 대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가 전날 제의한 미디어관계법 처리를 위한 ‘4자 회담’에 대해서도 응답하지 않고 있어 전 의원의 주장은 아이디어 차원일 뿐이라는 관측이 많다.
○ 반쪽 상임위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이날 열린 상임위도 대부분 한나라당 의원들이 민주당을 성토하는 신상 발언을 한 뒤 정회하거나 산회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위원장인 환경노동위는 낮 12시 1분에 열렸으나 불과 2분 만에 산회됐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이 위원장을 맡은 법제사법위, 교육과학기술위, 지식경제위, 보건복지위도 열렸지만 안건 처리는 못하고 오전에 정회하거나 산회했다. 한나라당이 위원장을 맡은 기획재정위, 국토해양위, 행정안전위, 외교통상통일위는 해당 부처 장관을 불러 현안 보고를 받고 질의응답을 했다.
이날 외통위에 출석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정부가 북한이 요구하는 개성공단 토지임대료 5억 달러를 줄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는 기존 계약을 완전히 무효화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북한이 개성공단을 유지하려는 가정하에서 회담하고 있다고 보며 우리도 그런 가정 아래 회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유선진당 등원
등원에 유보적이던 자유선진당은 이날 해당 상임위에 의원들을 출석시켰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한 달 가까이 표류하는 국회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오늘부터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에 대해 “민생을 외면한 채 5, 6개의 등원 조건을 내걸고 버티는 것은 국민을 볼모로 삼는 저급한 정략”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정세균 대표가 26일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만나 “한나라당이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기 전에는 등원하지 않겠다”며 협조를 요청했으나 거부됐기 때문이다. 29일 상임위에는 한나라당을 비롯해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무소속 의원들이 출석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