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와 한국노총, 민주노총은 29일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비정규직 2년 근무 후 정규직 전환’ 규정을 1년 또는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민주당은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무조건 6개월만 유예하자는 기존 방안을 고수했고 선진과 창조의 모임은 300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 규모별로 3구간으로 나눠 1∼2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유예안 수용 불가를 주장해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3당 간사는 양대 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30일까지 더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워낙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국회의장 직권상정 외에는 뾰족한 해답이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시기를 유예하는 데 동의하면 ‘원칙 파기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유예기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 만든 법안을 시행도 안 해보고 폐기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진보 강화론’을 내놓고 지지층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이 때문에 당내 강경파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비정규직법이 처리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속내를 내비치기도 한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 개정이 늦어질 경우에도 만만치 않은 역풍이 불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대량 해고 사태가 현실화할 경우 야당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