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이 전체회의를 열어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한 것의 효력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 의원은 2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1시간 반 이상이나 개의 요청을 했지만 추미애 위원장은 5시간 이상 회의를 열지 않았고, 오후 3시 23분 위원장석에 앉아 ‘10분만 더 기다린 뒤 개의하겠다’고 통보했음에도 아무런 연락이 없어 오후 3시 33분에 회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추 위원장이 개의를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추 위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일 오후 2시 50분 분명히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에게 회의 준비를 지시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조 의원의 사과와 조 의원 등 한나라당 환노위원들에 대한 한나라당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핵심 쟁점은 추 위원장이 회의 의사 진행을 거부하거나 기피했는지다. 국회법 제50조 5항은 ‘위원장이 개의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 또는 기피할 경우’ 상대 당 간사가 사회를 볼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부 또는 기피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할 수 있지만 이번 사안은 여야 간 견해차가 너무나 첨예해 법사위로서도 판단을 꺼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추 위원장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유권해석을 구할 수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2004년 12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한나라당 소속 최연희 위원장이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을 상정하지 않으려 하자 열린우리당 간사 최재천 의원이 “위원장이 회의를 고의적으로 기피하고 있어 국회법 50조 5항에 따라 위원장 직무대행으로서 개의를 선언한다”고 밝힌 뒤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법안을 상정했다. 여야는 유·무효 공방을 벌이다 결국 무효라고 결론지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2004년 법사위 사건 땐 여당 간사가 의사봉 대신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등 이번 환노위 사건과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있었다”며 “국회법은 정치 행위를 대상으로 한 것인 만큼 환노위 차원에서 정치적 합의를 보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