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운 권력 승계해도 兄정철 입지 보장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남성욱 안보전략硏소장 분석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3남 정운(26)에게 권력을 물려주더라도 차남 정철(28)의 정치적 입지를 보장해 줄 것이라고 국가정보원의 유관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성욱 소장이 분석했다. 남 소장은 13일 평화문제연구소(이사장 현경대)가 부산 교육연구정보원에서 개최하는 통일교육강좌에서 ‘북한의 군사적 모험주의와 3대 세습’을 주제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동아일보가 미리 입수한 발표문에 따르면 남 소장은 “김 위원장은 정운과 정철을 라이벌이 아니라 공존 공생해야 하는 동지 관계로 인식하고 있다”며 “(정운이) 권력을 장악해 가는 초기 단계에서 (정운과 정철) 양측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정운의 지위를 확정하더라도 정철의 입지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용인술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일성 주석은 1974년 김 위원장을 후계자로 지명한 이후 그의 이복동생인 평일과 경진, 영일을 모두 정치 무대에서 퇴장시키거나 해외로 내보내 고사(枯死)시켰다. 그러나 정철은 정운과 같은 어머니(고영희)에게서 태어난 동복(同腹) 형이어서 김 위원장의 장남이자 정운의 이복형인 정남(38·어머니 성혜림)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정남은 최근 해외를 수행원도 없이 전전하는 등 북한 내부에서 이미 ‘자연도태’됐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남 소장은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에 따른 후계구도 시나리오로 ①유언 없이 갑자기 사망할 경우 ②식물인간 상태에 빠질 경우 ③중증으로 행동이 불가능할 경우 ④경증으로 보행이 불편할 경우 ⑤현재의 건강을 유지할 경우 등 5가지를 제시하고 ④와 ⑤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후계 체제 구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뇌중풍(뇌졸중) 증상을 보인 뒤 올 상반기 뇌중풍 후유증으로 보이는 증세가 나타났으며 프랑스인 등 일부 외국 의사는 김 위원장이 환각증세(hallucination)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화를 자주 내고 부정적인 보고 내용에 대해선 참을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남 소장은 올해 4월 5일∼7월 4일 북한이 2차 핵실험과 장·단거리 미사일 18기 발사에 쓴 비용이 총 7억 달러(약 8963억 원)라고 추산했다. 이는 국제 시장에서 쌀 200만 t을 살 수 있는 금액(2008년 기준)이다. 쌀 200만 t은 북한의 한 해 전체 식량 소비량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북한 주민의 식량난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양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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