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10일(현지 시간) 식량안보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회의에서 전날에 이어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 식량안보 국제노력 동참
이 대통령은 식량안보회의에서 ‘과거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책임 있는 세계 국가 일원’으로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선도발언에서 “우리 아버지가 케냐 사람이다. 1950년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그 당시 케냐의 국내총생산(GDP)이 한국보다 높았다. 그런데 오늘날 상황은 바뀌었다. 결국 원조를 제공하는 나라들이 각자 노력하겠지만 수원국들의 건전한 국가 관리(Good Governance)가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식량안보 문제는 ‘더 잘살아보자’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식량위기 해결을 위한 이니셔티브’가 기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식량지원을 계속하는 한편 농업생산을 증진하기 위해 인프라 개발에 대한 지원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 한-EU FTA 협상 진전 노력
이 대통령은 이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한-EU FTA 협상 및 기본협력 협정 개정이 조속히 마무리돼 5월 한-EU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한-EU 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 발전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또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데 생각을 같이하고 검증 가능한 북한 비핵화 달성을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충실히 이행해 나가면서 북한이 6자회담에 조속히 복귀하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케빈 러드 호주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 잇단 도발 행위에 대해 우려하고 안보리의 대북 결의 이행 등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한-호주 FTA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와도 정상회담을 갖고 저탄소 녹색성장 등 양국 간 실질적 협력 문제 등을 논의했다.
○ 오바마 대통령, 이 대통령 제안 채택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9일 G8 확대정상회의 기후변화 세션에서 기후변화주요국회의(MEF) 워킹그룹(실무작업단) 구성을 즉석에서 제안했고 MEF 의장인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수용해 주목을 받았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선진국과 개도국이 공동 대처하려면 재원과 기술 이전에 관한 원칙적 합의만으로는 부족하며 세부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MEF 참여국들이 실무 차원의 작업반(워킹그룹)을 만들어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더욱 구체적인 합의 도출을 위해 워킹그룹을 만들자는 이 대통령의 제안은 좋은 아이디어”라며 “9월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회의에 앞서 재무장관들이 모여 선진국의 개도국 재정 지원 문제를 세밀히 검토하는 게 어떨까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3박 4일간의 이탈리아 방문 일정을 마치고 11일 마지막 순방국인 스웨덴으로 출발한다.
라퀼라=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