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내정 철회
千, 각종의혹에 “책임 통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 구입 과정 등의 의혹이 불거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51·사법시험 22회)가 14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천 후보자는 이날 오후 8시 반경 조은석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 낸 ‘사퇴의 변’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 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15일 천 후보자의 내정을 공식 철회하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참모들의 보고를 받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에 반하는 행동은 곤란한 것 아니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달 21일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천 후보자는 23일 만에 개인의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물러나게 됐다. 천 후보자는 2003년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임명 전에 사퇴한 첫 사례다.
천 후보자는 14일 오후 대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보도자료를 내고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적극 해명하면서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천 후보자에 대한 여론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천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곧바로 새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 작업에 착수했으며, 당초 천 후보자와 함께 검찰총장 후보로 꼽혔던 권재진 전 서울고검장(56·사시 20회)과 문성우 전 대검찰청 차장(53·사시 21회), 이귀남 전 법무부 차관(58·사시 22회),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54·사시 21회) 등이 물망에 올라 있다. 고검장과 검사장급 후속 인사는 후임 검찰총장 후보자가 정해진 직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천 후보자의 사퇴에는 여권 내부의 부정적 기류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 국회 법사위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청와대에 ‘하루 이틀 정도 여론 추이를 지켜본 뒤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면서 “대통령이 천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해준 것이 여당의 의견을 존중해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께서 하루속히 후임 검찰총장 후보자를 지명해서 검찰조직의 동요를 추스르고, 여당은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지향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지만 천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야당의 반대로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천 후보자는 자질과 도덕성 등에서 모두 수준 미달”이라며 “천 후보자에 대한 내정을 철회할 것을 이 대통령에게 정식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당 5역 회의에서 천 후보자에 대해 “기관 내부나 국민의 신뢰를 얻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 대통령도 마땅히 (임명을)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13일 열린 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서울 강남 고가 아파트 구입 과정의 자금 출처 △친분 있는 기업가와의 동반 골프여행 의혹 △천 후보자 부인의 명품 쇼핑 △천 후보자 아들의 호화 결혼과 병역 문제 등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들이 불거졌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